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월가, M&A 격랑속으로…

"투자銀도 먹잇감으로"… 대격변 예고<br>서브프라임 사태로 메릴린치등 손실 눈덩이<br>상대적으로 건전한 은행들 헐값 쇼핑 '호시탐탐'<br>80·90년대 美·日처럼 약육강식 혈투극 막올라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금융위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며 진정기미를 보이자 뉴욕 월가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먹힌다느니, 영국계 은행인 HSBC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인수를 시도한다느니 하는 루머가 사실처럼 증권가 객장에 돌아다니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되집어보면 금융위기는 반드시 은행간 인수합병(M&A)를 동반한다. 한국의 외환위기가 그랬고,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부도사태, 1990년대 일본의 은행 위기 때에도 은행들의 이합집산이 이뤄졌다. 바야흐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혈투장이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뉴욕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월가에서 나오는 뉴스를 종합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대형 부실을 않은 투자은행이 먹잇감이 되고, 상대적으로 건전한 대형 상업은행이 호시탐탐 낙오자를 노리는 하이에나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월가에 수만명의 금융인이 일자리를 잃는 대지진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린치처럼 내로라는 투자은행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모기지 부실로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 모르고 추락했다. 먹기 좋은 상태가 된 것이다.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한 은행가는 “금융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고난의 시기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문제는 잿더미 속에서 어떤 분야가 먼저 싹을 틔우느냐 하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힘든 경제상황이 오히려 좋은 쇼핑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시기에 대개의 최고경영자(CEO)는 몸을 사리는 경향을 보이지만 용감한 이들은 향후 엄청난 결실을 안겨줄 대규모 인수를 과감히 시도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 인수ㆍ합병이 경기가 좋을때보다 주주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서의 M&A 딜이 50%이상의 이익을 안겨준다는 것. 최근의 주가 하락은 M&A 여건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뉴욕증시 블루칩 500개사(S&P 500)를 기준으로 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 2000년 증시 호황기에 비해 3분의1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그 만큼 넓어진 것이다. 월가의 지각 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금융위기를 잘 견뎌낸 JP모건 체이스는 지난 3월 베어스턴스를 인수했다. 월가에서는 이 딜을 놓고“탐나는 경쟁사를 땡처리 가격으로 사들였다”고 평가했다. 월가 5위 투자은행의 몸값이 2억7,000만달러, 주당 2달러에 불과했던 것이다.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월가의 한 금융 베테랑은 “당분간 대규모 인수ㆍ합병이 몰아칠 것”이라며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메릴린치의 존 테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등 CEO들이 유례없는 격동기에서 어떤 전략과 용기를 보일지, 시험대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JP모건에 잠식당할 것인지,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나 웰스파고의 먹잇감이 될 것인지, 상처 입은 거인 씨티그룹이 과연 공중분해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투자 은행인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의 매각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다. 뱅크오브어메리카(BoA)의 켄 루이스 회장은 세계 최대 브로커리지 망을 갖춘 메릴린치를 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회장은 이미 투자은행 업무에 깊은 관심을 내비친바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BoA가 투자은행을 만들기보다 차라기 사는게 손쉬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BoA가 일단 올해 말까지 개인대출 부문 손실 문제에 전념하다가 내년쯤 메릴린치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다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게 월가의 분위기다. 이런 소문이 나돌자 최근 사령탑에 오른 존 테인 메릴린치 회장은 “매각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월가에선 “가격만 적당하다면 사단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대세다. 리먼브러더스는 HSBC 같은 해외의 거대 은행에 팔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되고 있다. 이 두가지 조합이 이뤄진다면 남은 투자은행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가 JP모건체이스의 인수 대상이 된다는 예상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에 분가한 모건하우스가 70년 만에 재결합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투자은행 사업 부문이 광범위하게 중복돼 있어 합병 효과가 낮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JP모건 체이스는 대신 미국내에서 소매사업을 강화할 확률이 높다. JP모건은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 뮤추얼에 접근을 시도한 적이 있다. 낮은 가격 때문에 거절을 당했지만 워싱턴뮤추얼이 모기지 부실로 다시 휘청거린다면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틀란트의 선 트러스트나 피츠버그의 PNC등 다른 지방 은행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 매수자가 더 이상의 모기지 부실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면 중서부 은행인 코메리카, 내셔널시티, 키 코프 등이 웰스파고와 같은 크고 경쟁력 있는 은행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고 물리는 합병이 이뤄지면 월가의 세력 균형도 뒤 흔릴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확장을 거듭하고 한때 세계 최대은행임을 자랑하던 씨티그룹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비크람 팬디트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5,000억 달러의 비 핵심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경영 컨설팅사의 존 오트 애널리스트는 “고난의 시기는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의 비즈니스는 매각하는 동기가 된다”면서 “주식 투자자들과 감독자들은 은행이 비 핵심 사업을 털어내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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