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6월 15일] 세종시 국민투표 피하려면

정치적 논란과 정쟁의 대상이었던 세종시 처리 방향에 가닥이 잡혔다. 지방정부의 여소야대화를 초래한 6ㆍ2 지방선거 덕분이다. 하지만 향후 세종시 관련 법안 처리 과정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TV로도 생중계된 제42차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므로 국회가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이번 회기에 표결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뒤 "정부는 국회가 표결로 내린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한분 한분이 여야를 떠나 역사적 책임을 염두에 두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며 구체적인 표결 처리 방식도 제안했다. 원안고수 野 부메랑 맞을수도 세종시 수정법안(연기ㆍ공주 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 특별법)에 대한 한나라당 당론을 정한 뒤 국회 표결로 밀어붙인다는 당초 계획이 친박근혜계의 반대 등으로 불가능해지자 당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투표를 통해 세종시 논란을 조기에 매듭짓자고 야권과 친박계에 제안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세종시 수정법안 관철을 사실상 포기하는 출구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여야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예상했든 그러지 않았든 정치적 전리품을 챙기지만 야권은 충청권의 성난 민심과 맞닥뜨려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어 보인다. 이 때문인지 야권, 특히 민주당은 국회에서 조기에 표결 처리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구를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민주당과 야권 시도지사 당선자들이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이 해결할 사안을 국회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결자해지 차원에서(세종시 수정법안을) 직접 철회해야 마땅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야권은 지금까지 원안(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 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고수만 주장하면 됐지만 정부 수정법안에 담긴 당근을 챙기려면 수정법안을 상당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이율배반에 빠지기 때문이다. 야권이 그동안 세종시 문제의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 여권과 청와대를 비판하기 위한 정략적 이슈로 다뤄온 데 따른 부메랑인 셈이다. 국회 국토해양위는 오는 21일 첫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친박계인 신임 송광호 위원장이 "일단 (정부가 제출한 세종시 수정법안을) 상정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야당 간사인 민주당 최규성 의원은 철회를 주장해 상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전환하는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토해양위에 상정되면 위원의 3분의2가 야당과 친박계여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수정법안이 부결되면 세종시는 원안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된다. 이렇게 되면 수정법안에 담긴 당근을 온전히 챙기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원안에서 1-1구역에 들어서기로 했던 국무총리실 청사는 수정법안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본부로 바뀌어 23.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추진했던 각종 마스터플랜과 도시계획, 삼성ㆍ롯데ㆍ한화ㆍ웅진그룹 등의 입주계획 중 상당 부분이 바뀔 수도 있다. 수정법안이 부결되고 원안으로 갈 경우에도 정부가 수정법안과 함께 제시했던 당근을 그대로 내줄지, '원안+알파'를 주장해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수정안 일부 수용 불가피할듯 일각에서는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6월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토해양위 등에 상정되지 않고 18대 국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미뤄지면서 법안이 자동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며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수정법안이 국가 백년대계와 지역발전, 국정효율과 국가경쟁력, 통일 이후를 생각할 때 바람직하다고 확신하지만 "국론분열이 지속되고 지역적ㆍ정치적 균열이 심화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많은 국민들이 이 대통령의 이런 생각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난 3월 세종시 수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는 이를 방치해왔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빨리 밝히고 공식적으로 국회에서 토의하고 논의해 결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세종시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면 "무능한 국회 대신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정치권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당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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