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1월 4일] 세계경기 침체 타격 받기 시작한 수출

지난 10월 무역수지가 5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수출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징후다. 10월 수출은 37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 증가해 간신히 두자릿수를 유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9월까지의 수출신장률은 34.2%였는데 이에 비하면 3분의1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주력산업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게 예사롭지 않다. 자동차 수출이 14% 감소한 것을 비롯해 반도체(-26%), 가전(-28%), 컴퓨터(-37%)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소비가 급감한 가운데 크리스마스 특수도 실종됐다는 얘기다. 선진국 경기가 크게 후퇴하면서 개도국에 대한 수출이 대폭 감소하는 것도 심상치 않다. 전체 수출 가운데 22%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9월 15.5%에서 10월에는 -1.8%로 돌아섰으며 아세안 지역 수출 역시 9월 21.7%에서 10월에는 6.3%로 뚝 떨어졌다. 앞으로도 수출신장세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더 걱정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민간 연구소들은 내년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수가 실종된 상태에서 수출은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수출둔화가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지만 하강속도를 저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수출보험기금 확충을 통해 신용불안에 따른 수출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을 대폭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달러와 원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지만 은행 일선창구에서는 수출환어음 매입과 신용장 개설이 이뤄지지 않아 중소ㆍ중견업체들의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출을 해야 달러가 들어와 경제에 숨통이 트이고 신용장이 개설돼야 수출용 원자재를 수입할 수 있는데 은행 창구에서 이런 것들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과감한 제도개선과 함께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지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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