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李承培 한국표준협회 상근부회장

[기고] 李承培 한국표준협회 상근부회장 '품질혁신으로 국가경쟁력 강화를' 21세기의 벽두에서 우리는 지금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격변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가 자본과 노동, 토지와 같은 눈에 보이는 물적요소가 경제를 좌우하던 시대였다면 현재의 세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정보, 문화창조력이 경제와 국운을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혁명적 변화 속에서 세계와 무한경쟁을 벌여나가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기업들은 변혁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으며 기업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가치관의 다양화와 시장의 변화가 빠른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신속히 대응하고 변신하지 않으면 아무리 1등 기업이라도 후발업체로 전락하고 말게 됩니다. 따라서 이제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없이는 우리경제와 기업의 미래 또한 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우리상품은 기술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가격으로는 중국, 동남아 등 후발개도국에 밀리는 넛크래커(NUT CRACKER)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한 품질혁신이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기술 우위를 통한 경쟁력으로 시장을 지배함이 필수적이나 신기술 개발에는 많은 투자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므로 품질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타파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가장 빠른 지름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한동안 일본에 세계 최고의 자리를 내준 현실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품질혁신을 범정부적으로 도입해 어려움을 극복한 예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국 상품이 세계최고라는 강한 자부심과 자만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상품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면서 일본 상품이 70년대 후반 들어 미국시장을 석권했습니다. 이렇게 일본 상품이 미국 시장을 휩쓸자 이에 불안을 느낀 미국은 MIT 교수 16명이 정부와 기업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미국 상품의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7년간 연구 끝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연구논문을 내놓았습니다. 이와 함께 81년에는 미국 NBC방송이 '일본이 할 수 있다면 왜 우리는 할 수 없는가(If Japan can why can we?)'라는 품질혁신 프로그램을 방영해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를 계기로 학계ㆍ언론계ㆍ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으며 87년에는 '국가품질향상법'과 '종합무역경쟁법'을 제정하는 등 일관성 있는 산업경쟁력 확보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또한 88년부터는 매년 품질이 우수한 기업을 선정해 대통령이 직접 '말콤볼드리지(MB) 국가품질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이 상을 수상한 기업은 주식값이 30% 이상 상승할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이러한 품질혁신 노력에 힘입어 잃었던 품질경쟁력을 회복한 미국은 92년 초부터 무려 8년간의 장기호황을 누렸습니다. 사실 지난 97년 우리경제가 IMF 지원체제로 빠져든 근본원인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품질 석학인 쥬란이 20세기가 '생산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품질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견한 바 있습니다. 품질경쟁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견인차입니다. 미국이 품질혁신으로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USA'의 명예를 회복한 것처럼 우리도 품질혁신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해 한국상품이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입력시간 2000/11/21 19:2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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