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 공천 물갈이론이 한나라당 내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역 교체와 인재영입 방안을 놓고 백가쟁명식 처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18대 총선 공천에서 큰 홍역을 치른 한나라당이 내년 선거도 치르기 전에 내부 자리싸움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공천에서 현역의원을 얼마나 교체하느냐다. 여러 당직자 입에서 역대 현역 교체율에 가까운 '40%' 가 오르내린다.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김정권 사무총장,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 등이 주장하고 있어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위원장인 당 공천개혁특위에서는 20%의 전략공천 지역과 호남ㆍ충청ㆍ서울 일부 취약지역을 제외하고 국민참여 경선을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나라당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담는 상향식 공천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이 경우 지역 기반이 탄탄한 현역이 정치신인에 비해 유리하다. 이 때문에 '40% 교체'를 주장하는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 경선 룰을 통해 현역과 신인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 위원장은 이날 불교방송에 출연해 "현역 의원들의 경우 경쟁력, 인지도, 지역구 활동과 의정활동 평가 등에서 기준을 마련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분들은 경선 자체에 나갈 수 없도록 하는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선(先)경선에서 3명 정도 후보를 뽑고 이 후보끼리 본격적으로 경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공천개혁에 대해 "국민의 요구는 공천교체를 많이 해 새로운 인물을 선보이라는 것인데 당의 총선원칙이라는 상향식 공천이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두 가지 상반될 수 있는 원칙과 흐름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공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역의원들은 역차별 문제를 제기한다. 4선인 김무성 의원은 기자와 만나 "정치신인들이 지역에서 노력해 정당하게 현역과 붙어야 한다"면서 "지역주민이 공천을 주는 게 제일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현역을 교체한다고 해도 방법이 문제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김용태 기획위원장은 대통령이나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을 경우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방안을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내년 공천에서 감동을 주려면 한나라당 `꽃밭'에서 대대적으로 혁신적인 물갈이를 하고 정말로 좋은 사람을 모셔 인물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누구누구를 찍어 쫓아내는 그런 방식은 안 되고 가능하지도 않은 만큼 물갈이를 위한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역구 내에서 대통령이나 당 지지율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일 경우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면서 "여의도연구소가 내년 1월 일제히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천에 반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도 "검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통상 공천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되던 '현역의원 교체지수' 역시 논란거리다. 일부에서는 지역주민의 교체욕구를 반영한 것일 뿐 상대당 후보와 비교, 검토할 수 없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18대 공천에서 쳐내고 싶은 경쟁자에게 교체지수를 들어 낙천시키고 자신의 교체지수는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교체지수가 아니라 상대후보와의 경쟁력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