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發 세계증시 폭락 도미노]<중>비상구가 없다

실물·금융시장 동반붕괴 복합 불황 가능성까지'뉴욕 증시가 기침하면 세계 증시는 독감에 걸린다.' 이번 테러 사태는 아시아ㆍ유럽 등 세계 증시가 뉴욕 증시의 일거수일투족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오히려 테러 사태 이후 싱가포르ㆍ독일 등 상당수 국가의 주가는 진원지인 뉴욕보다 낙폭이 커지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세계 증시가 미국발 금융불안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싱가포르ㆍ타이완 등 아시아 증시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폭락했고 가까스로 회복기미를 보이던 독일 등 유럽 경제가 증시 폭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발 금융공황이 전세계 금융공황으로 이어져 지난 29년의 대공황이 다시 찾아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상황이다. ◆ 천수답 세계 증시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부인 뉴욕이 빈사 상태에 빠지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시장에 펼쳐놓았던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싱가포르 증시가 11일 테러 사태 이후 23일 현재 20.35%가 폭락하는 것을 비롯, 타이완 16.26%, 한국 14.24% 폭락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테러 사태 이후 급락세를 거듭하던 유럽 증시는 지난주 초 뉴욕 증시가 당초보다 안정세로 출발하자 회복기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내 뉴욕 증시와 함께 동반 폭락하고 있다. 지난주 말 독일이 7.99%, 영국이 6.77% 급락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갑작스런 주가 폭락으로 주당순자산배율(PBR)이 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수준인 1배에 근접하고 있을 정도다. PBR이 1배라는 것은 기업 주가가 청산가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마디로 말해 투자자들이 곧 청산될 회사로 보지 영속기업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 펀드 매니저는 이에 따라 뉴욕증시 반전시기를 저울질하며 이번 테러 사태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계 증시 도미노 현상과 관련, "뉴욕 증시 폭락에 놀란 뉴욕 데스크(미국의 글로벌펀드)가 계속해서 매도 버튼을 눌러대고 있다"며 "뉴욕이라는 심장부가 여타 시장으로 피(자금)를 뿜어대지 않는 한 세계 증시의 하락세는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번 테러는 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 등 미국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것이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욱 큰 것으로 지적된다. ◆ 미국발 세계 금융불안 확산 테러 사태 이전만 해도 세계 경제의 화두는 정보통신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실물 경제의 회복 여부에 있었다. 그러나 테러 이후 뉴욕 증시가 대공황 이후 최대 낙폭으로 급락하면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시 말해 뉴욕증시 폭락→자산 감소, 소비 침체→기업 수익 감소→글로벌ㆍ이머징 마켓 펀드 매도 공세→세계 증시 폭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반 붕괴하는 복합불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뉴욕 주가 폭락은 정보통신업체인 시스코 등 첨단산업부터 자동차업체인 GM 등 전통기업의 수익감소, 정리해고를 야기시키고 있고 이는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의 소비력을 급속히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주가는 자본이탈뿐 아니라 수출침체라는 이중고로 허덕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하염없이 떨어지는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먼저 지난주 초 테러 사태 이후 뉴욕증시 재개장에 맞춰 세계 각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상 유례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별 국가의 주가 부양노력도 눈물겹다. 타이완정부는 정부소유 투자회사를 통해 주식을 사들이는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홍콩은 그동안 순차적으로 매도해왔던 정부 소유 주식을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고 밝혔고 말레이시아는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에 맞춰 재할인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외국인은 계속해서 매도 주문을 내고 있다. 오히려 시장은 이들 정부가 금융개혁을 지연시키고 시장원리를 왜곡시키고 있다며 매도공세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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