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강도 자구로 '해운 리스크' 사전 차단

■ 대한항공 유동성 3조5,000억 확보<br>자회사 편입 실탄 마련도


한진그룹이 S-OIL 지분 매각 등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은 것은 한진해운 지원으로 대한항공의 재무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실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한진그룹은 이번 S-OIL 지분 매각을 통해 2조2,000억원을 마련할 예정인데 부채를 제외하면 1조원 안팎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 살리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대한항공이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차입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로 계열사를 지원한다면 신인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한진그룹이 이번 자구책을 통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경우 대한항공의 재무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이번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통해 한진해운을 추가 지원하기 위한 실탄도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에 나서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진해운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까지 유동성 부족에 따른 재무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10월 말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을 1차로 한진해운에 긴급 지원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또 이날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충을 위해 담보가치 안에서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도 4,000억원 범위 내에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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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한진그룹의 연이은 한진해운 지원은 결국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한진해운의 신임 사장으로 조양호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석태수 사장이 취임하면서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진그룹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 합병법인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유력한 지배구조 재편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내년 4월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된다.

한진그룹이 한진칼-대한항공-한진해운홀딩스-한진해운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재편하려면 증손자회사의 지분을 100% 취득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때문에 현실적으로 추진이 쉽지 않다. 따라서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의 합병법인을 대한항공 자회사로 둬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한진칼과 자회사인 대한항공, 손자회사인 한진해운 체제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압박도 한진그룹이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놓은 이유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살리기에 나서자 항공기 매각과 같은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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