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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즈 레터] 봄이 오는 소리

사방에서 개나리와 산수유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봄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단순한 아름다움 이상 입니다. 거기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맞는 각별함과 애틋함이 함께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길고도 삭막했던 겨울을 지나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봄을 몸으로 느끼고 싶을 때면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 두 팔을 벌린 뒤 두 손을 쫙 펴고 서 있곤 합니다. 그러면 봄은 손가락 사이를 간지르며 빠져나가지요. 그 순간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증시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동안 몰아치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한파’가 눈에 띄게 약해지면서 봄내음이 폴폴 풍겨 납니다. ‘봄의 징후’는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2월 미국의 기존주택판매가 상승했습니다. 7개월 만입니다. 팔리지 않고 있는 주택재고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유동성 공급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불어오는 훈풍은 국내 시장의 얼어붙은 투심을 녹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확연하게 약화됐습니다. 하지만 미국발 추위가 이 것으로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여전히 미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주택시장과 증시의 움직임 만으로 예단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초강력 긴축정책도 ‘시한폭탄’같이 위험해 보입니다.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긴축추진은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뚝 떨어뜨려 중국 증시흐름에 악영향을 주고 이것이 국내 증시에 곧바로 파급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결국 봄이 오기 마련이니까요. 애를 쓴다고 봄이 빨리 오는 것도 아니죠. 그러니 그냥 기다리는 수 밖에요. 머지 않아 여의도에도 벚꽃이 활짝 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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