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의 대표 CEO] 박용인 동부하이텍 사장

"반도체는 사람이 중요" 인재중심 경영<br>"숙련된 엔지니어 손길이 품질 좌우"… 정년 없애고 최고 인력 육성 추진


현재 동부하이텍을 이끌고 있는 인재들은 아날로그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출신이 많다. 동부하이텍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용인 사장(48)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박 사장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LG반도체와 TI, 동부하이텍에 근무하면서 줄 곳 아날로그반도체 개발이라는 한 길을 걸어왔다. 그는 20년 넘게 아날로그반도체의 설계와 공정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데이터 컨버터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데이터 컨버터 분야에서 특허도 28개나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는 동부에 지난 2007년 부사장으로 합류해 디스플레이사업부를 만들어 회사의 사업구조를 한 단계 고도화시킨 장본인이다. 박 사장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총괄부사장으로 아날로그반도체를 전략분야로 선정하고 경영역량을 집중해왔으며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대표이사 사장으로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가 사장을 맡은 이후 동부하이텍의 변화는 괄목할 만 하다. 시스템반도체 상업생산 10년 만인 지난 1ㆍ4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부하이텍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분야 가운데 하나인 아날로그반도체다. 주로 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으로 미세공정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생산라인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아날로그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아날로그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신뢰성이 중요하다. 아울러 검증된 소자와 공정기술, 안정된 설계 환경, 개발자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기술 지원 등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다시 말해 공정 환경과 엔지니어들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박 사장이 항상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실행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의 이 같은 인재 중심의 경영 철학으로 동부하이텍은 지난 2008년부터 아날로그반도체 분야에서 선두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인재를 적극 채용했다. TI의 최고기술보유자 출신인 루 허터 부사장을 아날로그사업부장으로, TI의 아날로그팹 운영 책임자였던 셔나 블랙 부사장을 생산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꾸준히 영입하고 소자기술과 공정기술의 개발에 전념해온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동부하이텍은 2008년에 파운드리 업계에서 최초로 0.18미크롭급 복합전압소자(BCDMOS) 공정을 개발하는 등 세계 수준의 아날로그 제품 기술 라인업을 완성해냈다. 그 결과 지난 해에는 아날로그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특화(Specialty) 파운드리분야에서 미국의 타워재즈(Tower-Jazz), 대만의 뱅가드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는 매출 규모와 기술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화 파운드리는 로직(Logic) 등 일반 디지털 반도체를 제외한 아날로그와 CMOS 이미지 센서 등의 특화 분야 반도체 위탁생산을 뜻한다. 박 사장은 항상 "아날로그 반도체사업은 경험과 기술이 더 필요하고 노하우가 쌓일수록 더 빛을 발한다"며 "아날로그반도체는 숙련된 엔지니어의 손끝 하나에 기술과 품질이 좌우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인 만큼 숙련된 엔지니어의 손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위해 정년(만 55세)을 없애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날로그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의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사람'을 각 분야에서 최고 인력으로 키우기 위해 투자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또한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원들이며, 특히 현장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사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부터 이들에 대한 호칭도 오퍼레이터에서 '특별히 소중한 사람들'이란 의미를 담은 스페셜리스트로 바꿀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He is ▦64년 전북 ▦휘문고 ▦연세대 전자공학 학사ㆍ석사 ▦1987~1999 LG반도체 아날로그그룹 부장 ▦1999~2006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비즈니스 매니저 ▦2007~2008년 동부하이텍 부사장 ▦2009~동부하이텍 대표이사 사장
아날로그반도체 등 '3대 기술분야'에 집중

●朴사장의경영전략 동부하이텍은 지난 2001년 시스템반도체를 상업 생산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1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473억원, 영업이익은 67억원이다. 이번 분기 흑자 달성은 척박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여건에서 만들어 낸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미국과 일본ㆍ유럽의 반도체 기업들이 고성능 디지털 제품과 첨단 공정기술, 마케팅 파워를 앞세워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해 온 분야인데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동부가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해 그 동안 메모리반도체 위주로만 성장해 온 한국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분기 흑자 달성은 동부하이텍이 아날로그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특화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로직(Logic) 제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아날로그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평균 판매단가도 높아졌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해 아날로그와 복합신호소자(Mixed Signal) 제품으로 구성된 세계 특화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와 함께 동부하이텍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해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차입금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사업 초기 2조 4,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지난 2009년 1조 4,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 해에는 동부한농과 동부메탈 지분 매각 등을 통해 7,000억원 대로 줄었다. 이 같은 노력들이 합쳐지면서 이제 동부하이텍은 사업 경쟁력과 발전 가능성을 모두 갖춘 회사로 변모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난 4월에는 LED업체인 화우테크를 인수해 동부라이텍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등 적자투성이 회사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회사로 변모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회사의 체질 변화의 뒤에는 박용인 사장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그룹 내부의 평가다. 동부하이텍은 앞으로 '3대 기술분야'로 ▦고전압ㆍ저전력 중심의 아날로그반도체 ▦의료기기ㆍ자동차에 사용되는 산업용 센서 ▦통신용 고주파반도체(RF) 등의 복합신호소자 반도체를 선정하고 개발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터치(촉각), 3D(시각), 음향(청각) 등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신호를 첨단 IT 기기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주는 아날로그반도체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가전분야에 치우진 제품 구조를 가전과 통신, 컴퓨팅, 산업용 제품으로 적절히 배분해 급변하는 반도체 경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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