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는 종목보다 검증된 종목이 낫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주식시장이 6개월여 만에 1,380선에 올라섰다. 박스권 상단을 치고 올라간 만큼 이를 계기로 연말랠리가 시작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원화강세와 미국 증시 약세반전 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북핵 리스크가 크게 완화된 만큼 하락하기보다는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지만 일정기간 횡보 흐름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눈치보기 장세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장세에서는 이미 검증받아 강세로 돌아선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한다. 장사를 잘해 수익을 많이 남긴 ‘실적주’, 아쉬울 때 쓸 수 있도록 쟁여둔 게 많은 ‘자산주’들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내실주’로 꼽히는 이들 종목은 대부분 혼조세를 이어가는 장세에서도 연이은 신고가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장이야 내리든 말든…”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실주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를 ‘장세와의 차별화’로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를 위시한 대형주들의 약세로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지만 실적주들은 지수와 무관하게 ‘나홀로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인터내셔널ㆍLG생활건강ㆍ아모레퍼시픽ㆍ우리금융ㆍGS건설 등이 대표적인 종목들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실적과 자산가치 두 분야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은 경우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3ㆍ4분기 매출액ㆍ영업이익 개선이 우호적인 경영환경으로 내년 이후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잠재적인 자산인 교보생명의 상장가치, 미얀마 가스전의 개발가치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3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또 생활용품ㆍ화장품 분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된 LG생활건강은 지난 1일 사상처음으로 9만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이틀 연속 신고가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제품 매출 증가가 기대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닷새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처음으로 50만원대 진입에 성공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3ㆍ4분기 깜짝 실적을 내놓은 우리금융은 업계 1위인 국민은행을 제치고 금융 대표주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아울러 LG 계열사의 물량 없이도 의왕시 주공아파트 수주 등으로 ‘먹거리 확보’ 능력을 보여준 GS건설도 지속적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속이 꽉 찬 기업 찾을 때”=내실주들에 대한 기대감은 해외증시에서도 발견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산주ㆍ실적주 등에 대한 선호도는 어느 때나 있어 왔지만 최근 시기적인 특성상 더 강화되는 추세”라며 “미국증시에서도 다우지수의 상승세는 뚜렷한 반면 나스닥은 하락세가 잦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시 활황세인 시기에는 바이오 등 이른바 ‘꿈을 먹는 종목’이 인기였지만 투자심리 회복이 뒤늦은 최근 상황에서는 ‘발등 찍히지 않을 종목’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이런 종목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초부터 계속 ‘실적 서프라이즈’가 예견됐음에도 불구, 최근 무려 9일 연속 신고가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실적수치가 나온 지난달 31일 이후에는 상승폭이 더욱 강화됐다. 단기 급등에도 불구, 매출증가세가 앞으로도 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또 유통사업 철수와 함께 해외건설 수주 호조와 첨단물류보안사업 참여 등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한 삼성물산도 믿을만한 종목의 대표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