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남·북·러 가스관 사업, 초대형 돌발 변수… 당분간 냉각 가능성

[김정일 사망] 남북교류 영향<br>정치적 역학관계 변화 따라 정책도 바뀔 가능성<br>내년 러시아 대선도 맞물려 있어 불확실성 고조<br>실무적 문제 뒤로 밀려 전체 진행속도 늦춰질듯

동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가스전 전경.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우리나라와 러시아 간 경협사업에 돌출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송유관 건설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제DB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현 정권 들어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는 남북 교류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북 경제 사업 가운데 러시아와의 교류 속에서 유일하게 진전 상태에 있던 남ㆍ북ㆍ러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사업에도 초대형 돌발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남ㆍ북ㆍ러 PNG 사업은 현재 한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가 투트랙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당분간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 역시 일정 기간 동안 냉각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19일 지식경제부와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현재 가스공사는 러시아의 가스프롬과 남ㆍ북ㆍ러 가스관 건설을 위한 초기단계의 실무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은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국내에 육로로 들여오는 사업이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사할린이나 동시베리아 등지에서 모아져 블라디보스토크를 기점으로 해서 남한까지 총 2,700㎞가량의 파이프라인으로 국내에 수입된다. 현재 사할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800㎞의 파이프라인은 이미 완공돼 나머지 구간(블라디보스토크~남한까지 약 900㎞)에 대한 건설사업이 새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8월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시 북ㆍ러 간 정상회담 통해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업주체인 한국가스공사도 9월에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의 국영가스회사인 가스프롬과 양사 사장이 직접 러시아 PNG 로드맵에 서명을 하고 이후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오는 2017년부터 가스공급을 시작하기로 잠정 합의한 바 있다. 이처럼 남ㆍ북ㆍ러 PNG 사업은 첫 삽을 뜨기 위한 큰 틀의 합의에 관련 3개국이 이미 뜻을 같이 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17일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향후 북한 내 정치적 역학관계의 변화와 급변사태 가능성 등이 가스관 사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윤병철 한국가스공사 러시아사업단장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각국의 정상들이 사업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일정대로 사업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현재 북한 내 급변사태 등을 포함한 주변 상황 변화가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가스공사는 현재 러시아 측과 합의한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4월까지 양국이 가스공급 협정을 체결하고 2013년 9월부터 가스관 건설 사업에 들어가 2016년까지 공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2017년부터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북한을 거쳐 육로로 들어온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향후 약 30년 동안 이 경로를 통해 가스를 들여올 계획이다. 도입량은 매년 약 100억㎥(약 750만톤)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소비한 가스의 약 23%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 3,300만톤 천연가스를 액화천연가스로 수입했는데 금액으로는 약 20조원에 달했다. 특히 남ㆍ북ㆍ러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가 직접 국내에 유입될 경우 현재 1,000㎥당 현재 400달러 수준인 도입 가격을 200달러 수준까지는 낮출 수 있어 우리나라는 연 약 2조원가량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역시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우리나라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해 연 20억달러가량의 가스판매 효과가 있다. 북한 역시 일종의 통과세 개념으로 연 1억7,000만달러의 현금 수입이 예상된다. 따라서 경제난으로 외화획득이 절실한 북한으로서도 남ㆍ북ㆍ러 가스관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이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 어떤 집단이 국가의 주요 정책의 실질적 결정권을 잡느냐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당장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서 정치적 안정화 이후에 가스관을 비롯한 대외 에너지정책의 방향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이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국제협력본부 본부장은 "북한이 큰 정치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만큼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는 뒤로 밀리면서 전체 진행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김 위원장의 사망에 이어 내년에 러시아 대선도 맞물려 있어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이 유례없는 정치적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백훈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이미 큰 틀에 대한 합의는 3국간에 이뤄졌기 때문에 가스관 사업자체를 원점으로 돌릴 가능성은 낮지만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우선 북한 내부가 안정돼야 가스관 사업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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