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파이낸셜 포커스] 은행 임금구조 이대로 좋은가 <하>

복합직군제 도입 연봉체계 개편해야<br>전문성 강화·고졸채용 확산위해 단일직군·단일임금 수술 불가피<br>채용 단계서부터 업무영역 구분, 편법 무기계약직 해소도 가능해


지난해 4월 한국금융연구원ㆍ자본시장연구원 등이 금융위원회의 용역으로 만든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 보고서는 현행 은행원의 임금구조를 깨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은행원의 전문성을 키우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단일직군ㆍ단일임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임금구조의 변화가 임금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변화를 막고 있다. 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임금구조 카드를 노조에 꺼내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졸채용 바람은 고착화된 임금구조를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인사담당자는 "사실상 비정규직이 은행창구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임금구조 문제가 가려져 있지만 고졸채용이 확산되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금테이블 다양화로 단일직군 체제의 변화도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성 가로막는 '단일직군ㆍ단일임금' 제도= 현행 단일직군ㆍ단일임금제도는 은행원의 전문성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 중 하나. 단일직군 제도에 뒤따르는 것은 순환근무제. 임금 차이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순환근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내 은행은 순환근무제에 따라 정규직원의 지점근무는 의무화하고 보직이나 근무처도 수시로 바꾼다.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은 학교보다는 현장에서 더 습득하기가 쉬운데 잦은 순환근무로 자체가 차단되고 있는 것. 11년째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K모씨는 "입사 후 네 번째 부서를 돌고 있다"면서 "두루 보는 것은 좋은데 관련 업무를 알 만하면 바뀐다"고 말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단일직군제도와 순환근무제도는 은행 인력의 전문성을 막는 대표적인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단일직군제도가 유지되다 보니 채용단계에서부터 전문가를 특별히 우대하는 관행이 약하고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전문가만의 직군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는 고급인력의 기피로 이어진다. 경쟁력 하락과 수익성 악화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인 셈이다. ◇'복합직군제' 도입으로 세 마리 토끼 잡아야=복합직군제 도입이 꼭 임금을 낮추자는 것은 아니다. 고졸채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차제에 채용 단계에서부터 능력에 따라 직군에 차이를 둬 임금을 차별화하고 업무 영역도 나누자는 것이다. 편법인 무기계약직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고 전문성과 수익성 등 국내 은행의 고질적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도 "복합직군제 도입은 은행원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낮추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구조와 체계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단일직군을 전문직ㆍ행정직ㆍ판매직 등 다양한 직군으로 나누고 직군에 따른 경력개발 경로 별도 제시, 각 직군 연봉체계 구분 등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위원은 "복합직군제로 가고 거기에 맞는 경력개발, 연봉체계 구분 등을 시행하면 은행 전반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확실히 용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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