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사요나라" 아베

1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임으로 일본은 기로에 놓였다. 지난 11개월간 아베 총리의 지도력에 실망한 일본 여당 자민당은 경제개혁엔 관망적이고 아베식 강경외교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는 노장을 새 총재로 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은 일본과 동북아시아의 지역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보통국가’로서의 입지를 되찾는 데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행과정이 문제였다. 아베 총리는 외교를 경제보다 중시했다. 때마침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강행하고 그는 집권 후 첫 외교적 마찰에 잘 대처했다. 그는 정책연설에서 ‘아름다운 일본’을 내걸고 일본의 외교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자신의 지지율을 높였다. 아울러 시대에 뒤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는 북핵과 중국의 군비증강 등 외교적 상황으로 볼 때 민감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민주주의적 지도자로서 먼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 그가 외부 칭찬에 만족하는 동안 일본 경제는 비틀댔다. 세제개혁, 규제완화, 자유무역의 확대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제목만 거창했을 뿐 구체적 목표 없이 초라한 성과를 남겼다. 일본 시민들과 기업들은 이를 알고 있었다. 외국인 투자와 소비자 신뢰는 급감하고 일본 증시는 딴길로 샜다. 아울러 아베 내각은 잇따른 정치 스캔들로 내각관료들이 사임하거나 자살하기에 이르렀고 국민연금기록의 부실관리로 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아베 총리는 한마디로 신선한 표정의 가면을 쓴 구시대적인 일본 정치인이다. 그는 자민당 내 당파들의 결집을 위해 반개혁적인 인사들을 재영입했다. 그의 내각은 예스맨들로 가득했다. 국민들이 그를 책망하자 그는 내각이 관록의 당파 수뇌부들로 구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금과 같이 세계경제가 주춤한 시점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은 글로벌 경제에 꼭 필요한 동력이다. 일본은 위치적으로도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아베식 강한 일본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이끌었던 경제 개혁을 동시에 수반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아니면 고이즈미 전 총리가 돌아오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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