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골프] 이민섭 골프장경영協 상임고문

지난 93년 2월25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문민정부가 역사적인 출범을 했다. `작은 정부` 지향에 따라 기존의 `문화부` 와 `체육청소년부`가 합쳐져 `문화체육부`가 됐고 필자는 문체부 초대 장관으로 입각했다. 문체부는 문민정부 구색에 맞게 `문화발전 5개년 계획`, `체육진흥 5개년 계획`등 청사진을 마련해 활기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개혁과 사정이라는 물결 속에 `골프` 정책은 이때부터 시련을 맞이하게 됐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청와대 안에 설치된 골프연습장은 철거되었다. 이로부터 공무원 사회에서 골프는 금기시됐고 골프 정책을 관장하는 문화체육부장관은 골프 주무(主務) 장관이 아닌 주무(主無) 장관이 되었으며 재임 2년 간 한번도 필드에 못 나가는 불행한 인도어(indoor) 장관이 되었다. 당시 대한골프협회 이동찬 회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이 요로를 통해 청와대를 방문, 읍소(泣訴)를 했지만, 그들은 “공직자에게 골프 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 는 메아리 없는 대답만 듣고 나왔다. 당시 청와대 K수석비서관, 정부ㆍ여당의 고위층이 골프를 쳤다가 혼이 난 에피소드는 언론가십으로 장식됐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김 전 대통령 5년 임기 중 골프 대여섯 번 밖에 못 친(국회의원까지 겸임하다 보니)불운 탓도 있겠지만 구력 20년에 핸디캡은 만년 18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경영과 관련된 협회와 인연을 맺은 작년 3월 이후 한 달에 4∼5차례 전국을 돌며 각 지역 협의회(6개) 월례회에 참석해 골프를 착실히 배우다 보니 이제 제법 골프장 사장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어울릴 형편이 되었고 추운 날에도 골프가 기다려지는 골프 준(準) 마니아가 된 듯 하다. 골프를 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티샷 비거리가 꼭 나이와 반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달삼 회장(장협)의 코치에 따라 허리를 과감하게 돌려보니 거리도 제법 많이 나가고 눈이 나빠져도 퍼팅도 훨씬 안정감을 찾은 느낌이다. 골프의 과감하고 정밀한 플레이는 마음을 비우는데서 가능한 듯 하다. 대선 이후 젊은 세대들의 개혁적 분위기 속에서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골프연습장을 찾은 것은 5년 골프 주무(主無) 장관을 지냈고 현재 골프와 인연을 맺고 있는 필자에게는 어떤 신선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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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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