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복잡한 농축산물 유통구조 '거품' 뺀다

쇠고기등 42개 대표품목 유통비용이 절반 넘어<br>대규모 장터 상시화·유통업체-산지 직거래 확대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농축산물 가격이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산지보다 평균 2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 비싸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에서 50원도 못 받고 판 상품 가격이 중간 유통단계를 거쳐 100원으로 부풀려지는 동안 농가는 생산비용도 못 건지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소비자는 6%대에 육박하는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는 셈이다. 고물가의 주범이 잘못된 유통구조로 확인된 가운데 정부는 농축산물 유통개혁을 위해 추석 전에 2,300개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하는 등 산지와 소비자가 ‘윈윈’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대파가격 산지 20원, 소비자가 100원=25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2007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42개 대표 농축산물의 최종 가격 가운데 농가 몫은 44.1%, 이윤을 포함한 유통비용은 55.9%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100원을 주고 농축산물을 사도 이 가운데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44원뿐이고 나머지는 공판장이나 도매상ㆍ유통업체 등 중간단계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42개 품목 가운데 농가수취비율이 50% 이상인 품목은 쌀(78.8%)과 참외(61.2%), 사과(56.4%), 쇠고기(62.6%) 등 16개 품목에 불과했다. 대파는 유통비용이 무려 81.5%에 달했으며 당근(75.1%), 봄감자(72.2%), 가을배추(70.0%), 상추(68.5%), 고구마(64.4%) 등도 유통비가 최종 가격의 6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장미(58.5%), 복숭아(57.4%), 감귤(56.3%), 풋고추(54.2%), 배(50.0%) 등도 유통비가 절반을 넘었다. 비교적 유통비가 적은 축산물도 거품이 끼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횡성 농가가 최고 품질인 ‘1++’ 등급 한우 거세우(650㎏) 한 마리를 생산자단체에 파는 가격은 743만원. 도축비와 자조금을 빼면 실제 농가 수입은 729만원 정도지만 소비자들이 사는 가격은 1,23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막대한 유통비는 특히 소매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출하와 도매 단계에서 붙는 유통비가 각각 15.5%, 11.4%인 데 비해 소매단계에서 무려 29.0%가 추가됐다는 것이 aT의 분석이다. aT는 도매시장을 경유하지 않을 경우 생산자는 21.9% 정도 높은 값을 받고 소비자도 7.7% 저렴하게 농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산지 유통전문조직과 소비지 대형 유통업자가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축산물이 산지에서 도매시장을 거쳐 일반 소매상에 풀리는 경우 유통비용이 평균 56.5%에 달하는 반면 산지에서 유통업체로 직접 공급하면 45.0%로 11.5%포인트나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농수산물 유통개혁 본격화=정부도 고물가 원인이 국제 원자재 및 곡물가격 급등뿐 아니라 복잡한 중간 유통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달 취임한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서울 양재 농협하나로클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산지에서 마리당 23만원에 출하된 돼지가 소비지에서는 43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출하가격의 2~5배에 달하는 농식품 유통구조를 최소화해야 시장도 넓어지고 농가소득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대규모 직거래 장터를 상시화, 농축산물 직거래 규모를 올해 438억원에서 내년 1,625억원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서울 등 대도시의 공영 주차장이나 관공서ㆍ농협지점 등의 공간을 활용해 1주일에 적어도 2~3일간 시중보다 싸게 농축산물을 살 수 있는 장터를 여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또 하나로클럽 등 대형 유통업체와 산지 직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도매시장과의 경쟁을 부추겨 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김영만 농식품부 유통정책단장은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업체 등 유통 경로 간 경쟁을 촉진하고 직거래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9월 농수산물 가격안정에 ‘사활’=특히 추석과 맞물려 최악의 물가 쇼크가 우려되는 9월까지 정부는 유통구조 개혁 및 농식품 가격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선 25일부터 오는 9월15일까지 3주간의 특별 대책기간 동안 농식품부는 사과ㆍ돼지고기ㆍ고등어 등 16개 특별관리품목에 대해서 가격동향을 매일 파악하는 한편 정부나 농협이 보유한 물량을 풀어 공급을 최대 3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또 전국에 2,297개의 직거래 장터를 열어 소비자들이 제수용품 등 우리 농축수산물을 시중보다 10~40%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밀가루 가격 안정을 위해 지금까지 민간기업에 의존했던 밀가루 수입을 농수산물유통공사(aT)를 통해 직수입하기로 했다. 국내 밀가루 가격이 국제 밀 가격의 하향 추세를 반영하지 않는 데 따른 조치다. 유통공사는 다음달 10일 국제입찰을 통해 면용 밀가루 2,000톤을 직수입할 계획이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비 5.9% 오른 가운데 과자ㆍ당류가 22.9%나 급등하는 등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은 5.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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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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