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은행장→수석 그 다음은/「대출외압」수사 어디까지 왔나

◎정 총회장 「높은 곳」개입 시사 등 규명에 주력/「납득할만한 수준 전모」 5월께나 밝혀질듯한보 대출과정에 작용한 외압의 근원지는 어디였나. 한보 특혜대출의 실상이 「한보­청와대 수석­은행장 커넥션」이라는 가닥이 잡히면서 외압의 최고 윗선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은행장들의 「대장격」인 한이헌·이석채 전청와대 경제수석의 한보대출 개입은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 관계자들의 진술과 검찰 조사, 한보 공판과정에서 두 사람의 외압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다. 이는 곧 한보 대출에 청와대 비서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설이 단순한 의혹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검찰이 한·이 전수석 윗선의 「몸통」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로서 검찰이 알아낸 외압의 진상은 어느 정도일까.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장중 비교적 외압 실상을 솔직히 털어놓은 사람은 김시형 산업은행 총재였다. 김총재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외압때문에 대출 결정을 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그는 같은 해 봄에는 신한국당 정재철 의원으로부터도 『한보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김총제는 국책은행장으로서 인사문제 등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 이들의 청탁에 최대한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장명선 외환은행장과 우찬목 전 조흥은행장도 대출외압을 시사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행장은 검찰에서 『94년 말 김재기 전 외환은행장이 한보대출을 청탁했으나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장행장은 이어 『얼마 후 홍인길수석이 다시 대출청탁을 해왔다』며 『실세로 꼽히는 홍수석의 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우행장의 진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지난해 말 한보측이 1천억원 추가 대출을 신청하며 정총회장이 「높은 곳」과 이미 양해돼 있다며 배경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정총회장도 청와대 수석들의 로비 실상에 대해 고백했다. 그는 95년 말 제일은행의 2천억원 대출과 올해 1월 4개 채권 은행의 1천2백억원 협의 여신은 한·이 전 수석이 각각 개입돼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두 사람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하기로 했다. 더불어 이들이 개입은 곧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보고 외압의 몸통을 밝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재수사는 수사 내외적 요인으로 장기전의 양상의 띨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들은 『입안된 수사계획이나 진전 상황을 감안할 때 빨라도 5월 초에나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1차 수사에서 한보비리의 뼈대를 밝혀낸 만큼 재수사에서는 잔가지와 살을 붙여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전모」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재륜 신임 중수부장이 『밑그림부터 새로 그려 나가겠다』고 말한 부분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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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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