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유가·원高 때문에… 경영 밑그림도 못그려

초대형 변수 연일 쏟아져 사업계획 수립 엄두 못내<br>수출입 물량 많은 기업들 수입시기 결정에도 애먹어


“지난해 900원 수준으로 잡았던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내년에는 평균 880원으로 가정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김동진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부회장) 요동치는 국제유가, 계속 떨어지는 환율,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파장 등 초대형 변수들이 연이어 불거지자 기업들이 내년 ‘경영청사진’을 그리지 못한 채 쩔쩔매고 있다. 이맘때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부서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11월부터 전사 차원의 사업계획 수립과 인사ㆍ조직개편 등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올해는 일선부서별로 사업계획서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느라 전사 차원의 사업계획 수립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많다. 전자업체들은 일본 기업들의 선진시장 전략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율 변동에 더욱 민감하다.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LG전자는 아직 내년 기준환율(올해 1달러당 900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환율이 하락한다는 전망 아래 올해보다 크게 낮춰야 한다는 기본만 결정됐다”며 “최근 환율이 워낙 급하게 움직여 기준환율을 정하는 것이 무척 까다롭다”고 토로했다. 기준환율의 연결선상에 있는 수출가격정책 역시 오리무중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대한 가격경쟁을 자제하려고 하고 있지만 일본 업체들이 북미시장에서 최대 성수기인 11월에 TV를 중심으로 제품 가격을 20%까지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정책은 제품 판매대수는 물론 이익규모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년 막대한 원유를 수입, 환율하락이 반가울 것 같은 정유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고유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정유제품 해외 수출 경쟁력 하락 등으로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유제품 수출 비중이 50%인 GS칼텍스의 경우 고유가시대 장기화에 대비해 해외자원 개발, 신ㆍ재생에너지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투자액수가 크고 회수기간이 길어 어느 정도로 비중을 둘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입 물량이 많고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피한 기업일수록 ‘타이밍’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환율과 국제유가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출렁거리고 있어 언제 제품을 들여오고 해외투자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이익규모가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수입시기와 투자시기를 잘 골라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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