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 변경 동의를 한 차례 거절한 외환은행에 다시 한번 주채권은행 변경을 동의해달라고 촉구했다. 현대그룹은 24일 외환은행의 주채권은행 변경 동의 거절에 대한 입장문에서 "다수의 과거 전례에 따라 외환은행은 우리의 주채권은행 변경 동의 요청을 조속히 받아들이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특히 외환은행이 공문을 통해 밝힌 "주채권은행 제도가 생긴 이래 여신 규모의 많고 작음을 이유로 주채권은행을 변경한 사례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2년 SK그룹이 제일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을 변경하는 등 4개 기업이 주채권은행을 변경했고 2003년과 2004년에도 한진그룹과 동부그룹 등 6개 기업이 주채권은행을 변경한 사례를 들며 "주채권은행을 변경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당시 주채권은행 변경은 해당 기업들의 요구도 있었지만 금융당국도 필요성을 인정해 채권은행들과 협의해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그룹은 "당시 금감원은 채권액이 적은 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으면 해당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고 해결하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지적했다"며 "2003년 LG카드 사태 때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이 수수방관하자 금감원이 나서서 주채권은행을 개편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현재 외환은행의 현대그룹 여신규모는 1,600억원 수준이다.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에 대한 여신 비중이 작은데다 외환은행이 재무구조 평가에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개선 전망을 반영하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점 등을 들어 주채권은행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이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추진하는 데 반발해 대출금을 모두 갚고 주채권은행을 변경한 뒤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올 2ㆍ4분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던 2008년에 버금가는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또 외환은행이 현재 매각절차 중이어서 신속한 업무 추진이 어렵고 재무구조 평가 진행 사항 등이 언론에 노출돼 기밀유지가 되지 않은 점도 변경 이유로 꼽았다. 채권단은 이에 대해 현대의 약정 체결시한을 25일까지 한 차례 연장해준 만큼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현대가 이날 약정을 맺지 않으면 이달 말쯤 채권단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채권은행 변경은 금융당국이 나서야 해결될 문제"라며 "국내 산업 발전 측면에서 주채권은행 변경이 옳다면 금융당국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