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사태 100일…] 경영공백 현실화… 한국경제 '축' 흔들

CEO들 출금조치로 해외사업 계약 큰 차질<br>"하반기 실적부진 가시화… 내년엔 더 악화"<br>올림픽 마케팅 위축·직원 사기저하도 심각




“CEO들이 출금당해 현지에 출장가지 못하거나 소환돼 범죄인 취급을 당하는 것은 큰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주하는 데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고위관계자)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의혹 폭로로 시작된 삼성사태가 6일로 100일을 맞은 가운데 삼성그룹의 경영공백 사태가 악화일로여서 재계는 물론 한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전략기획실과 계열사의 경영진들이 줄지어 소환되거나 출국금지당하면서 삼성그룹은 경영계획 수립을 비롯 인사, 조직개편 등 본연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 또는 실종된 상태다. 삼성그룹은 현재 연말에 했어야 할 CEO 등 임원인사를 5월 이후로 미뤘고, 올해 전체 경영ㆍ투자계획역시 확정짓지 못했다. 신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려는 신수종사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경영차질이 향후 3,4개월간 더 지속될 수 밖에 없어 한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성장동력마저 훼손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휴대전화 원조기업인 모토로라에 대한 반응. 누적적자와 사업실패로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매각하려는 모토로라의 움직임에 대해 예전의 삼성그룹 같으면 세계 휴대전화 업계의 동향과 인수합병(M&A) 움직임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대응전략을 마련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그룹 움직임은 이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잘못하면 삼성전자도 모토로라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만 커지고 있을 뿐 ‘변화를 기회’로 삼으려는 공격경영의 태도는 사라진 지 오래”라며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해야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내릴텐데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계약 차질도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들이 미국에서 컴퓨터ㆍ휴대전화ㆍ프린터 분야 등의 글로벌 기업 CEO들과 만나 수억달러의 반도체 납품 연간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특검 수사 때문에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비즈니스는 속성상 CEO들이 해외에서 직접 ‘얼굴 장사’를 할 때 마케팅 활동에 파괴력이 붙는다. 이와 관련, 올 하반기부터 삼성그룹의 실적악화가 가시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4ㆍ4분기와 올해 상반기 정도의 실적은 이번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여름, 가을 정도에 잡혔던 계획을 집행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나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고 내년부터는 이것이 훨씬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상적인 기업활동 외에 투자, 인사, 조직개편 등 고도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공격경영 기조가 흐트러져 지금의 경영공백이 결국 내년, 혹은 2~4년 후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처럼 업종 특성상 1, 2분기만 투자를 실기하거나 흐름을 놓치더라도 시장에서 밀려나기 쉬운 전자계열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높다는 전언이다. 임직원들의 사기저하도 간과할 수 없는 마이너스 요인. 연일 삼성그룹과 관련한 비리 의혹이 터져나오고 압수수색과 소환이 이어지면서 삼성 임직원들의 사기는 이미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여러 의혹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게 아닌 데도 ‘마녀사냥식 삼성몰이’에 주눅든 삼성 임직원들이 업무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외 신인도 하락과 인재정책 혼선도 삼성그룹에게 적지 않은 손실을 입힐 전망이다.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 마케팅에 공을 들여온 삼성그룹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을 통해 최첨단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가꿔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삼성’ 브랜드 가치는 99년 31억 달러에서 2006년 168억 달러로 세계 100대 기업 가운데 21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삼성그룹이 해외 언론을 통해 마치 비리집단인양 비춰지면서 심각한 브랜드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는 우수한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기술력을 높이고 공채 출신들에게 긴장을 유발해온 삼성그룹의 경영스타일이 크게 흔들리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김 전 법무팀장의 폭로 충격으로 과거처럼 과감하게 외부 인재 영입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비자금 폭로 100일을 맞는 삼성의 가슴은 시커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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