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무역이 그렇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4월 무역 통계(통관 기준)에 따르면 수출은 한해 전보다 3.8% 증가한 5조 7,774억 엔을 기록했지만 수입은 6조 6,573억 엔으로 증가 폭이 9.4%에 달했다. 이로써 일본은 무역 적자가 8,799억 엔에 달해 10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의 4월 적자폭은 시장 예상치 6,200억 엔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1979년 이후 가장 수치다.
RBS 시큐리티스 재팬의 니시오카 준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23일 자에 "수출이 회복되기는 했으나 (엔저 탓인) 수입 물가 부담이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무역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지쓰 리서치 센터 분석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엔 가치 동요로 수출의 60%가 영향 받은 데 반해 수입에 미친 영향은 78%에 달했다. 환율 동요가 수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수출보다 40%가량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센터는 덧붙였다. 수출에 대한 엔저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노린추킨 리서치 센터의 미나미 다케시 이코노미스트는 저널에 "엔저 효과가 수출 증가에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몇 달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경제 회생이 지난해 하반기에 가시화된 점을 고려할 때 올 가을에나 그 효과가 일본 수출에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모건 스탠리 분석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해 전보다 14.8% 증가한 데 반해 유럽 수출은 오히려 3.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는 점을 모건 스탠리는 지적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도 고작 0.8%에 그친다고 모건 스탠리는 덧붙였다. 이런 수출시장 불균형 때문에 엔저 효과가 본격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엔저로 말미암은 일본의 차입과 채무 상환 부담 심화도 경고됐다.
블룸버그는 23일 무디스 분석을 인용해 일본의 채권 금리 상승 때문에 도쿄 당국의 채무 상환 부담이 약 30억 달러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6일 채권 수익률이 10베이시스 포인트(1bp=0.01%) 상승하면 채무 상환 부담이 1,000억엔 늘어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 분석을 인용해 일본 국채의 평균 수익률이 지난달 4일 0.4%이던 것이 지난 21일 현재 0.72%로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지난달 4일의 평균 수익률은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대장성이 지난 3월 추산한 바로는 일본의 공공 채무 상환 부담은 내년 4월 시작하는 2014회계연도에 기록적인 23조 9,000억 엔으로 예상된다. 현 회계연도보다 7% 늘어난 규모다. 2014회계연도 예산에서 채무 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종료된 미국 회계연도의 10.2%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행에서 근무하다 다이와 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옮긴 노구치 마이코는 블룸버그에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인플레 2%가 달성되면 채권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익률 상승은 일본 정부 채무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면서 따라서 "이는 일본 정부가 채무 상황 악화를 개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채권시장 동요를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22일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가 끝나고 "필요하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조정해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이 지난 4월 초 0.315%에 불과하던 것이 무려 0.92%까지 상승했음을 지적했다.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은 1.94%로, 그 사이에 18bp 상승하는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라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구로다는 "중요한 것은 실질 금리"라면서 아직은 채권 수익률 급등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채권 수익률 급등이 이전과는 다른 현상임은 시인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수입 물가 상승이 고질적인 디플레 타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틱스의 이와하라 고헤이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저널에 "수입 물가 상승에도 임금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에 일본은행의 2% 인플레 목표치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이 상승해야 소비가 늘어날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또한 중국 관영통신 신화는 22일 자 영문 뉴스 분석에서 현재 일본 엔저 경제에 대해 "일본의 양적 완화가 두 개의 날을 가진 칼"이라 언급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