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정권 교체기 금융회사 상층부 풍경

감사자리 줄줄이 나오는데… 눈치만 보는 OB<br>朴 "낙하산 없앨것" 공언 따라<br>감독당국 출신엔 그림의 떡으로<br>상부 뚜렷한 지침 없어 발동동


지난 2011년 5월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됐던 이석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감사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저축은행 사태 부실의 한 이유로 감사로 나갔던 금감원 직원들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던 탓이다. 당시 금감원은 직원들을 금융권 감사로 추천하지 않겠다고까지 밝혔다. 이후 금감원 직원들은 유관기관이나 신설 금융회사 외에는 갈 곳이 없어졌다. 개개인의 능력은 판별 기준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금융회사의 상층부는 한때 '무주공산'이 됐다. 자리는 있는데 채울 사람이 없어 한숨을 쉬는 금융회사까지 나왔다. 덕분(?)에 신이 난 기관들도 있었다. 감사원이 최대 수혜자였고 한국은행도 떡고물을 먹었다.


오는 3월 은행권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당국 출신의 '올드보이(OB)'들이 애만 태우고 있다. 3월은 관료나 감독기관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수확의 계절'이다. 주총이 있는 탓이다. 특히 올해는 더욱 그렇다.

금감원 퇴직 후 곧바로 은행 같은 금융사 감사로 가는 길은 막힌 지 오래지만 2년이 지나면 족쇄가 풀린다.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박근혜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부'의 뚜렷한 지침이 나온 것도 없다. 인수위원회가 후속으로 추가적인 지시를 하거나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금융위원회 등에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내놓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ㆍ부산ㆍ경남ㆍ제주은행 감사 임기가 3월 열리는 주총일에 끝난다.


조선호 하나은행 감사는 금감원 증권건사2국장 출신으로 2010년 임명됐다. 금감원에서 거시감독국 조사연구실장을 지낸 정민주 부산은행 감사도 임기가 3월까지다. 행시 19회로 경제기획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있었던 김호대 경남은행 감사와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출신인 황삼진 제주은행 감사도 다음달이면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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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줄줄이 나오지만 감독당국 OB나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금감원 고참 직원들은 은행 감사가 '그림의 떡'이다.

친정인 금감원에서 힘을 써줄 분위기도 아닌 데다 완전 공개 채용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감사로 갔을 때 여론 비판이 부담스럽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누구도 먼저 나서서 얘기를 할 분위기가 아니고 정권 교체기라 다들 숨죽이고 있다"며 "혼자 뛰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 출신이 아닌 한은이나 감사원 출신이 이들 자리를 모두 꿰차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많다. 금감원의 임명을 막자 풍선 효과로 한은과 감사원 직원들이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단지 금감원 출신이라고 금융사에 재취업하는 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사 감독 업무를 수십년간 해오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사장된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전직 국ㆍ실장 이상 출신으로 금감원에 연구위원으로 있는 직원만 16명에 달한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능력이 있는데 금감원 출신이라고 모조리 배제한다면 역차별 아니겠느냐"며 "금융사에서 나름의 기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뽑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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