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김윤규 부회장에 대한 감사보고서 공개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로 대북사업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에 남북협력기금이 포함돼 있다는 내부 감사보고서 내용 공개로 통일부가 곤경에 처하게 되자 안절부절 못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민간기업 입장에서 대북사업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잘못보여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본의 아니게 내부 감사보고서가 공개돼 통일부의입장을 곤란하게 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현대는 일부 언론에서 감사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뒤 이에 대한 상세한 해명을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내부자료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며 철저히 외면하다가 막상 통일부가 진상조사를 위해 관련자료를 요청하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통일부의 진상조사 방침 발표 이후 "정부 방침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최용묵 경영전략팀 사장 등 감사를 주도한 경영진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이처럼 정부 방침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 이후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는 대정부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은 막아보겠다는 다급한 심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는 북측의 금강산 관광객 축소 방침으로 난관에 처한 대북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최근 평양을 다녀온 정동영 장관과 현정은 회장과의 면담을 학수고대하고있으나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일부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 초조해하고있다.
당시 정 장관은 "금강산 관광 등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해 현정은 회장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곧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보름이지난 지금까지도 현 회장과의 면담 등 후속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통일부가 김 부회장건 때문에 정 장관과 현 회장의 면담을일부러 지연시키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