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주가 2000과 대통령, 그리고 대선

피랍 사태 이후 연일 밤샘을 하다시피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피랍 엿새째를 맞은 24일 오전 국무회의 자리에 들어선 대통령의 얼굴에는 초췌함이 역력했다. 피를 말리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이날 아침 그는 한 가닥 밝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참여정부 경제 성적의 상징물이라던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한때 2,000포인트를 넘은 것이다. 아프간 사태에 치여 2,000이라는 수치가 한참 퇴색돼 다가왔겠지만 가슴 한편의 미묘한 감정을 숨기긴 힘들었을 것이다. 쓸데없이 재를 뿌리는 것일까.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해내지 못한 2,000 시대이지만 최근의 정부 행태를 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수가 1,800에 왔을 때부터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잇따른 구두 개입과 증권사에 대한 직접 통제에 이르기까지‘반시장적 행위’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시장에 개입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었다. 일시 조정이 있었지만 1,500을 돌파한지 넉달만에 2,000에 다다랐다. 정부의 ‘보이는 손(개입 조치)’을 시장은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왜 일까. 시장은 누구보다 영악하고, 때문에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정부의 가벼운 펀치(구두 개입)만으로도 충격을 받을텐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정부 스스로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가가 2,000에 다가서고 있던 지난주말, 기자는 5명이 넘는 청와대와 정부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을 가졌다. 그들은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이구동성으로 “과열이 아니다”고 강조했고“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이라며 2,000포인트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논리를 꺼냈다. 부총리까지 나서 공식석상에서 “상승 속도가 빠르다”며 과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속으론 주가 상승에 대한 만족감을 만끽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이 “정부가 주가가 떨어지기를 바랄 것 같아요? 아마 2,300까지 오르기를 바랄걸요. 적어도 연말까지는…”이라는 한 경제 전문가의 말이었다. 이른바‘대선 주가론’이었다. 과열을 외치면서도 속으론 상승 행진을 선호하는 당국자들의 마음을 시장은 이미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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