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대형화, 단계적 추진해야"

국민·주택銀 합병 주역 이근영 전금감위원장<br>메가뱅크 필요성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br>산업은행도 '先민영화 後대형화'로 가는게 맞아


“은행 대형화는 현실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이근영(사진) 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메가뱅크에 대해 “(은행 대형화의) 필요성은 있지만 여건을 고려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00년 금융감독 당국 수장으로 재직할 당시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함께 국내 최초로 메가뱅크 개념을 도입한 인물이다. 당시에도 합병을 통해 세계 50위권 은행을 만들자는 게 핫이슈였고 진 장관과 이 위원장은 이에 따라 메가뱅크와 흡사한 일명 ‘슈퍼뱅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슈퍼뱅크’ 프로젝트의 결실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으로 연결됐으며 당시 이 위원장은 이를 주도하며 국내 최초로 시도된 은행 대형화의 산 증인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는 그는 메가뱅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조심스럽게 “물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거기에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이 전 위원장은 “그것을 이루는 데는 현실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 합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당시 (국민ㆍ주택은행) 합병 이후 더 이상 슈퍼뱅크 프로젝트는 추진되지 않았다. 국민ㆍ주택은행 합병도 굉장히 어려웠다”며 한번에 여러 은행을 합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어 “메가뱅크의 경우 은행 합병 같은 작업을 해본 사람 입장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현실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단계적 대형화는 금융위가 주장하는 개별매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우선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고 다음에 단계적으로 대형화하는 게 맞다”며 “산은 민영화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산은 민영화도 벅찬데 금융 공기업을 하나로 묶는 것은 더더욱 힘이 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메가뱅크는 (금융공기업)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지 않냐”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전 위원장은 “산업은행을 (개별매각을 통해) 우선 민영화한 뒤 정부가 M&A를 통해 대형 은행이 탄생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금융 실정을 잘 아는 사람의 판단이라고 본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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