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랭킹 1위에 오른 후 3년이 되었건만 구리는 세계선수권의 우승은커녕 준우승도 차지하지 못한 채였다. 2003년 가을에 모처럼 삼성화재배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이세돌에게 2대1로 패하여 4강에 머물렀고 그것이 구리로서는 세계대회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었다. 2005년에 들어서서 구리가 세운 목표는 세계대회 우승이었다.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인 것이 후지쯔배였다. 본선 2회전에서 세계랭킹1위 이창호를 꺾고 기염을 토했으나 3회전에서 평소에 만만히 생각했던 송태곤에게 불계패하여 탈락해 버렸다. 다음으로 벼른 것이 LG배세계기왕전이었다. 3연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나가게 되었다. 행운도 따라 주었다. 2회전에서는 노장 고바야시 고이치에게 거의 패한 바둑을 운좋게 뒤집을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삼성화재배도 열렸으나 본선 2회전에서 이창호에게 딱 반집을 패하여 물러나게 되었다. LG배 준결승 상대는 이세돌이었다. 평소에 퍽 거북한 상대로 여겨졌고 승률도 별로 좋지 않았던 터였다. 다른 한 판의 준결승은 천야오예5단과 조선족인 박문요5단이 다투게 되었다. 그 두 사람은 비교적 손쉬운 상대 같았으므로 구리는 이 준결승을 실질적인 결승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구리의 흑번. 구리는 흑9에 10분의 시간을 썼다. 참고도의 흑1로 급격하게 이끄는 수에도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는데 그 코스는 묘미가 적다고 보고 실전처럼 두었다. 백12는 구리가 예측 못했던 수. 구리는 백가를 예측하고 있었다. 흑13으로 슬라이딩하여 일단 만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