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속철 공사 계속해야하나(논쟁)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인가 최악의 역사인가.총연장 4백12㎞의 경부고속철도는 건설계획 당시만 해도 서울∼부산을 2시간대에 주파, 우리나라 남북간 물류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지난 92년 6월 천안∼대전간 시험선 구간 착공후 5년이 지난 지금 경부고속철도는 부실시공과 늘어나는 건설비용, 경제성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미 WJE사의 안전진단결과가 발표되면서 일부에서는 고속전철 공사 자체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경부고속전철 건설공사의 계속시행 여부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찬·반 양론을 들어봤다.<편집자주>◎찬성/첨단기술습득 절호의 기회/21C 수요 하루50만명 “유일대안”/시행착오는 불가피… 소모적논쟁 이제그만/차동득 대구경북개발연 위원 최근 경부고속전철 공사현장에서의 각종 기술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상당부분 보완 내지는 재시공이 필요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추가공사비 소요로 경제전체의 부담이 늘어나게 돼 국민 모두가 걱정에 싸여 있다. 70년도는 우리 경제 발달사에서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 해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고 역사 이래 처음 접해 본 고속도로 건설 경험을 통해 중동 건설시장 참여와 해외 건설기술의 수출이 본격화 할 수 있었다. 더러는 중동시장 진출에서 전체적으로 큰 득을 본 것이 없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건설기술로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된 해외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83년부터 공식적으로 추진됐던 경부고속전철은 정부 내부의 이견조정과 경제여건때문에 89년에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다. 21세기전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국가적 목표와 선진국으로서 갖춰야 할 사회기반시설, 고급기술의 확보라는 절실한 목표가 내재된 사업이다. 계속된 경제성장으로 경제 규모가 크게 신장됐고 사회 각 분야에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국가적 사업이 필요했다. 영종도 신공항사업과 경부고속전철 사업이 바로 이같은 목표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우선 21세기 초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경부축의 교통수요를 가장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있는 기술이 고속전철이다. 수송용량이 하루 50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20만명 수준의 기존선 개량과 고속도로의 추가건설만으로는 막대한 교통수요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경부고속전철은 단순한 고급철도가 아니다. 서울∼부산간을 2시간에 연결함으로써 수도권과 관문도시인 부산을 반나절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워에는 5분간격으로 배차함으로써 역에 나가기만 하면 언제든지 탈 수 있는 편리한 교통체계다. 전국이 정보와 자원을 공유, 좁은 국토를 넓게 쓰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만주·시베리아철도 등을 통해 대륙을 연결하는 간선교통축의 시작부를 형성, 우리나라를 아시아 및 유럽대륙과 연결시킨다. 고속전철은 선로건설 기술에서부터 차량, 신호 및 통신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그동안 개발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교통기술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일본, 프랑스, 독일 등만이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도 기술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경우 외국기술의 도입이라고 하지만 고속전철이 요구하는 첨단기술체계에 대한 기반이 미흡하고 취약한 철도산업을 생각할 때 도입초기의 문제발생은 불가피하다. 고급기술은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고속전철은 그 기술적 특성상 5백∼1천㎞ 구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으로 실제로 이같은 구간에서 가장 많이 도입되고 있다. 경부고속전철이 서울∼부산간 4백㎞를 대상으로 계획됐던 것도 고속전철의 이같은 효율성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처자세가 소홀했던 점은 지적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출된 문제들은 해결가능한 것들이고 우리의 취약한 부분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기도 하다. 시험선 구간 건설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신기술의 도입에 따른 비용으로 보아야 하며 문제해결과정을 통해 보다 자신있는 추진자세를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행여 구간의 단축 등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가 앞선다면 21세기 선진국 기반조성이라는 당초의 계획목표를 잊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약력 ▲45년 경북생 ▲서울대 공대 졸업 ▲미 메릴랜드대 교통계획 및 경제학 박사 ▲국토개발원 수석연구원 ▲교통개발연구원 부원장 ▲교통부장관 자문관 ◎반대/경제성 최악 과감히 중단을/미·불비해 공사비 5∼10배 높아/완공때쯤 자기열차 현실화… 낡은기술 전락/박병소 서강대 교수 경부고속전철 얘기가 처음 나온 87년에는 서울∼부산간 4백20여㎞의 공사비가 5조8천억원으로 추산됐었다. 정식으로 공사가 시작된 92년에는 10조7천억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부실공사와 경주노선 우회선로, 대구노선 지하화 시비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지금은 20조원으로도 부족할 것이란 견해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건설계획이 발표된 이후 5년마다 건설비가 2배씩 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5년 후인 2002년에는 총 건설비가 40조원이 초과할 것이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과 잦은 공사변경을 염두에 두면 이 액수는 결코 작게 추산된 것이 아니다. 미국·프랑스 등의 고속철도 1㎞당 총건설비는 30억∼50억원대다. 산이 거의 없는 그들의 국토조건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총 공사비 10조7천억원으로 추산하더라도 1㎞당 2백50∼3백억원이 넘는다. 미국·프랑스 등에 배해 5∼10배나 되며 완공때까지의 추가비용을 생각할 때는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복이 심한 우리의 국토조건이 평야로만 달리는 그들 방식의 고속전철에 비해 기본적으로 불리하다. 프랑스나 미국 노선에는 터널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부산까지 2시간대에 달린다는, 실제로 거의 불가능한 평균시속 3백㎞의 고속전철을 설계하다 보니 전 노선의 70% 이상을 터널과 고가철로로 만들게 됐다. 여기에 우리는 잦은 노선 변경과 부실시공에 의한 재시공 등이 겹쳐 건설계획 전체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객수의 추산이다. 정부는 완공된 후 하루에 30만∼50만명 수송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엄청난 공사비가 투자되었으므로 그만한 여객수송은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만한 여객수요가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고속전철 여객수요는 새마을호의 여객수요를 보면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새마을호는 하루 15편이 운행되며 약 2만명 정도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항공기·고속버스·승용차 이용자까지 고속전철로 옮겨 간다고 해도 하루 5만명. 당국의 추산은 크게 빗나갈 것이 틀림없다. 경부고속전철은 바퀴식이다. 그러나 고속전철이 완공되는 2003∼2005년이면 서울∼부산을 1시간대에 달릴 수 있는 시속 4백∼5백㎞의 자기부상전철이 출현할 것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에너지소비도 바퀴식보다 30%이상 절약되고 가속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서울∼부산간에 10개 이상의 중간역을 설치하고도 1시간대의 주파가 가능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도 경제성은 더 높다.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가능하게 한 것은 거의 실용화단계에 와 있는 대용량 초전도 물질이다. 저항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당연히 속도, 등판력, 에너지 소모, 진동과 소음공해, 공사비면에서 고속전철보다 월등히 유리하다. 당초 방안에는 경부선 철도의 쌍복선화, 경부선과 다른 노선들의 분리등 수많은 대안이 공존했다. 그러나 정부는 가장 고가며 과학기술발전과 국토의 균형적 개발을 도외시한 고속전철을 선택했다. 공개토론회 한 번 제대로 갖지 않았고 또 기종, 노선, 공사비에 관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도 않은 채 착공부터 해놓고 일이 제대로 성사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우리는 낡은 기술이 될 것이 확실한 바퀴 기술에 나라의 경제가 휘청거릴지도 모를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미 시작한 것을 어떡하겠느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장차 우리에게 닥쳐 올 더 큰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이 시점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문제를 재검토하는 것이 현명하다. □약력 ▲34년 전남생 ▲서울대 공대 물리학과 졸업 ▲스웨덴 UPPSALA대학교 이학박사 ▲서강대학교 전자계산소 소장 ▲대한 교통학회 부회장 ▲경실련교통분과위원 ◎어떻게 진행됐나 경부고속전철은 사업시작단계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부고속전철 건설계획이 처음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지난 89년 5월. 공사 방침이 발표된 그해 7월 6공정부는 고속전철건설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90년 6월 경부고속철도의 노선이 서울∼청주∼대전∼경주∼부산 노선으로 확정됨으로써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또 차량이 선정(93년 8월 프랑스TGV)되기 전인 92년 6월 시험선구간(천안∼대전) 4개공구를 시작으로 착공에 들어갔다. 공사방침이 발표된지 불과 3년만에 타당성조사만을 끝낸채 땅파기부터 시작한 셈이다. 경부고속전철은 사업 시행단계에서도 많은 잡음과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잦은 노선 변경은 그중 대표적이었다. 상리터널의 경우 공사도중 폐광갱도가 나타나 노선을 변경한 사례다. 지난 95년에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당초계획을 변경, 대전·대구노선을 지하화하기로 뒤늦게 변경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해 6월에는 문화계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경주노선이 수정됐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미 WJE사의 안전진단 결과 천안∼대전 시험구간의 시공 대부분이 부실인 것으로 나타나 국민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잦은 계획변경과 부실시공에 따른 사업기간 지연 등으로 공사비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오른 상태다. 90년 최초 계획수립 당시 5조8천억원이었던 공사비가 93년에는 10조7천억원으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15조원가량으로 3배나 늘어났다. 공사기간도 대폭 늘어났다. 당초 98년 개통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지난 93년 이를 2001년까지 연장했다. 또 최근에는 부실공사에 따른 재시공 등으로 공기지연이 불가피, 월드컵이 열리는 오는 2002년까지 서울∼대전구간만 개통이 가능할 전망이다.<정두환> ◎경부고속철 건설일지 ▲83년 3월 서울∼부산축 고속철도 건설 타당성 조사 ▲89년 5월 경부고속전철 건설방침 결정 ▲89년 7월 고속전철건설 추진위원회 발족 ▲90년 6월 경부고속철도 노선발표 ▲91년 3월 고속철도사업기획단 발족 ▲92년 3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발족 ▲92년 6월 고속철도 세부노선 확정발표, 시험선구간(천안∼대전) 4개공구 착공 ▲93년 6월 고속철도 계획수정·기간조정 92∼98년→92∼2001년) ▲93년 8월 프랑스 TGV 차량 확정 ▲94년 12월 서울∼천안구간 노반공사 계약체결 ▲95년 4월 대전, 대구구간 지하건설로 계획수정 ▲96년 6월 문화재 보호를 위해 경주노선 변경 ▲96년 8월 WJE사 안전진단 착수 ▲96년 11월 상리터널구간 노선변경 ▲97년 4월 WJE사 안전진단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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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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