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신중하고 치밀했다. 그는 추호의 위험도 남기지 않았다. 생중계실의 목진석이 예상한 그대로의 진행이 펼쳐졌는데…. 우선 흑15는 일단 집으로 반상 최대의 자리에 해당한다. 이 수를 생략한 채로 좌상귀를 살리는 것은 어차피 모자란다. 백16은 좌변 흑대마를 위협한 수순인데 여기서 강동윤은 좌변을 외면하고 좌상귀부터 살자고 했다. 무모한 작전 같지만 강동윤은 그 나름의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백18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식의 안전운행이다. 참고도1의 백1 이하 9면 양자충으로 흑대마가 꼼짝없이 잡힐 것 같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흑이 6으로 따내지 않고 9의 자리에 젖히는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세돌의 백24를 보고 강동윤이 돌을 던졌다. 계속해서 둔다면 참고도2의 흑1 이하 6으로 패가 나는데 좌상귀도 역시 패의 형태이므로 둘 중의 하나는 잡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의 영광은 이세돌에게 돌아갔다. 우승상금은 1억원. 이세돌과 강동윤의 10번기 가운데 절반이 끝났다. 남은 것은 천원전 5번기. 강동윤이 먼저 1승을 거둔 상태로 계속 미루어졌는데 과연 여기서도 이세돌이 우승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아요. 이세돌은 LG배 결승3번기를 구리와 다투어야 하고 거의 동시에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를 콩지에와 다투어야 하거든요. 살인적인 대국일정을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윤현석) 124수끝 백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