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 아니다

2014년 엄혹한 한반도 현실에 백년대계 자세로 낡은 관행 개선

경제성장 회복 정책 초점 맞추고 창조적 파괴로 국민 자신감 되살려야

정상범 경영기획실장 논설위원 ssang@sed.co.kr


노자의 도덕경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노자는 "물의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면서도 다투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고 설파했다. 물은 평소에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흐르지만 장애물이라도 만나면 똘똘 뭉쳐 무서운 파괴력을 과시하며 결국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마련이다. 노자의 가르침은 분명하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려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상황에 맞춰 도전정신을 발휘해야만 진정한 승자로 우뚝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갑오년이 밝았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의 해'다. 청마는 뛰어난 추진력과 힘, 진취성의 대명사다. 누구나 청마가 가져올 희망과 행운을 얘기하고 있지만 다시 맞는 갑오년의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상황은 과거 열강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던 구한말시대를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120년 전의 갑오경장을 얘기하고 치욕적인 청일전쟁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한 해 내내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겪다 보니 새해를 어떻게 맞는지 실감나지 않는다는 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정치가 나라의 안녕과 국민의 미래를 해결해주기는커녕 민의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이래저래 걱정만 키울 뿐이다. 나라 안팎으로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만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피로감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이나 비용 부담 등을 거론하며 국내에서는 갈수록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각종 환경 규제나 세금 부담 등은 올해에도 역시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제조업체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는데도 우리 기업들은 오히려 해외로 내몰리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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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집권 2년 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미래 경쟁력의 토대를 쌓는다는 백년대계의 자세로 착실히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살펴봐도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마음 놓고 정책을 구사하고 자신의 뜻을 펼치자면 올해가 적기라고 판단된다. 새해에는 원칙을 중시해온 정권의 정체성을 다지면서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리더십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러자면 무엇보다 정책의 중심을 경제성장 회복에 맞춰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흔히들 경기는 심리라고 한다. 모든 국민들의 의욕과 자신감을 되살리고 미래는 나아질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설득해나간다면 지속적인 성장의 길도 활짝 열릴 것이다.

미국 MIT대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와 하버드대의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역저에서 "성장에 반하는 제도를 없애고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기 쉬운 풍토를 만들어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한 나라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투자와 혁신의 열매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공평한 경쟁의 여건이 확보되고 신기술 투자를 촉진할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창조경제도 마찬가지다. 낡은 생각과 제도를 과감히 바꾸고 달라진 환경에 맞춰 새로운 제도와 관행을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강물은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른다. 갑오년 새해를 맞는 대한민국의 앞길에는 어떤 풍파가 닥쳐올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겐 더 이상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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