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타워팰리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467번지. 부의 상징이자 고급주택의 대명사인 타워팰리스의 주소이다. 이 땅은 1970년대 말 개포지구를 개발하면서 서울시가 남겨둔 체비지였다. 전투경찰이 시위진압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빈 땅을 삼성이 1990년대 중반 매입하면서 부(富)의 지도를 바꿔놓았다.


△삼성은 원래 이 부지에 102층짜리 신 사옥을 건립하려 했다. 전자관련 계열사를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주거와 사무실 기능을 합친 직주일체형 개념도 새로운 시도였다. 신경영 바람을 불어넣던 이건희 회장이 도곡동 프로젝트에 큰 애착을 가졌지만 교통 문제와 특혜시비 끝에 삼성의 강남시대 꿈은 접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까지 겹치자 삼성은 유동성확보 차원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어 매각하게 된다.

관련기사



△1990년대 초반까지 주상복합아파트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상가 개념이 강조되다 보니 주거 기능은 떨어졌다. 전용면적이 기존 아파트보다 작은 것도 취약점이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한방에 날리고 주상복합아파트=고급주택이라는 등식을 완성한 게 타워팰리스다.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1993년 서초동에 지은 나산스위트다. 원목 빌트인 가구에다 대리석 바닥재, 월풀 욕조에 이르기까지 외국산 자재로 마감한 초호화 아파트였다. 당시 고병우 건설부 장관이 국회에서 "이런 호화주택이 비밀리에 분양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냐"며 호되게 당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가격이 300만원 하던 시절 800만원 대에 분양했으니 난리가 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타워팰리스가 고가주택 10위에도 끼지 못했다고 한다. 8년 째 수위를 차지한 빌라 트라움하우스는 논외로 치더라도 해운대 아이파크 같은 아파트도 10위권에 들었다. 1980년대 압구정 현대, 1990년대 서초동 삼풍에 이어 2000년대 타워팰리스로 이어져온 부촌 1번지의 계보가 흔들리는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낡디낡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보다 3.3㎡당 가격이 낮다곤 하나 여의도 면적의 2% 남짓한 땅에 얼추 2조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묻혀 있으니 타워팰리스 등장 이후 부의 지도는 달라진 게 없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