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美 기업지배구조 논란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시험대에 서 있다. 새로운 기업지배구조안을 놓고 기업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SEC 내부에서도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SEC 내부의 이견 조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겠지만 새 안에 대해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엄격한 기업지배구조법안 때문에 불만이 많은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규제를 추가한다고 하니 반가울 리 없다. 도널드슨은 주주가 이사를 바꾸고 뮤추얼 펀드 이사들이 펀드매니저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쉽게 하려 한다. 또한 종업원 주식 옵션을 기업비용으로 계산하려는 규정도 새로운 법안에 포함돼 있다. 업계 로비로 옵션의 비용 적용을 제한하는 방안이 의회에서 힘을 얻고 있지만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미 업계는 이번 싸움에서 자신들이 유리한 샅바를 쥐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엔론 등 기업부패 사건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면서 업계는 SEC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할 정도로 용감무쌍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뮤추얼펀드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도널드슨의 제안은 흠잡을 데가 거의 없다. 어떤 경우에 주주가 부적격 이사를 바꿀 것인가 하는 각론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소한 이유로 주주가 쉽게 이사를 바꾸게 되면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가 마음 놓고 주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투자가들은 기업의 주인이고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를 갖고 있다. 뮤추얼펀드 법안도 마찬가지다. 독립적인 뮤추얼펀드 이사진을 갖는 것이 펀드업계의 최선책이라 할 수 없다. 뮤추얼펀드는 미국 특유의 제도이고 감독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펀드운용회사들이 독립 이사진보다 우위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사진이 존재한다면 분명히 힘이 있어야 한다. 도널드슨은 협상력을 발휘해 SEC 내부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마이클 포웰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결국 법정에서 그의 무죄가 입증됐지만 위원회 내부의 마찰을 조율하지 못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도널드슨은 그와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술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미 경영진들은 말로는 주주권리를 외치고 있지만 행동은 딴 판이다. SEC는 이들 경영진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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