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오랜 냉전기간은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시장경제' '사회주의-계획경제'라는 이분법적 틀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과 달리 통상 '親 자본주의-反 사회주의'로 인식되는 신고전파 경제학, 이 세계적인 주류 경제학에는 이런 구분이 없다.
오랜 기간 구소련권 사회주의경제를 연구해온 조하나 보크만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유고슬라비아와 헝가리의 예를 들며 이를 뒷받침한다. 오히려 이같은 구 소련권 국가의 시장사회주의 실험이 신고전파 경제학과 맞물려 신자유주의를 구축했다고 지적한다.
초창기 신고전파 경제학은 자유경쟁시장만이 최적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지만, 1890년대가 되면 사회주의의 중앙계획경제와 수학적으로 동일하다는 결론을 얻는다. 시장이 없이도 여러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최적의 가격과 수량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이러한 논의는 다시 '전능한 사회 개혁가'라는 개념으로 발전하며 순수 시장경제와 함께 이론적 중심에 서게 된다. 거칠게 말해 최적의 시장 상황을 국가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사실상 1890년대 이론적으로 상상됐던 사회주의국가 경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이를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보크만 교수는 신자유주의를 '시장·국가·기업·인구 등을 조직하는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을 형성하는 아이디어들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특징으로 △국가와 관료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경쟁시장(시장근본주의) △기업 경영자·대주주의 특권적 지위 △작지만 (이를 수호하려는) 권위적 국가 등을 꼽는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유행은 재계 엘리트들이 그들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꼬집는다. 경쟁적 시장을 지지하는 사회주의 논의만 받아들이고, 정치·경제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부분은 아예 들어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계적 질서를 요구하는 자본주의를 그 자리에 채우며 '패권적 사고방식'만 남겼다.
책은 먼저 신고전파 경제학의 기원과 형성을 살피고, 동구권 경제학과의 영향, 유고슬라비아·헝가리에서의 시장사회주의,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에 닿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저자는 이를 위해 장기간 동구권 경제학자와 접촉하고 현지어로 된 연구결과를 직접 번역하는 노력까지 기울였다.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