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창조 경제의 주역 히든챔피언] 한국도자기

자기에 보석 붙이는 세공기술 유일… 화려한 색감 클림트 식기도 호평

충북 청주 한국도자기 공장에서 여성근로자가 도자기에 보석을 부착하고 있다. 도자기 테두리와 표면에 보석을 붙이는 세공작업은 전세계에서 한국도자기만 가진 기술이다. /사진제공=한국도자기

김영신 대표

2011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다이아몬드 주빌리(즉위 60주년)를 앞두고 영국왕실에서는 60주년 기념 공식 자기 제작업체 선정작업이 한창이었다. 로열코펜하겐, 웨지우드, 노리다케 등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품 도자 업체들이 줄줄이 입찰에 참여했다.

그런데 본차이나의 고장 영국에서 자국 브랜드가 결국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크나 큰 이변이 발생했다. 한국도자기가 공식 자기 제작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김영신(사진) 한국도자기 사장은 "왕실 선정위원회 위원들이 스와로브스키가 수백개가 알알이 박혀 있는 우리 제품을 보고 여태까지 봤던 어떤 제품과도 다르다는 평을 내놨다"며 "오랜 노력 끝에 자기에 보석을 붙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고 회상했다.


스와로브스키를 자기에 붙이는 기술은 인공위성에 부속품을 붙이는 '열융합기술'이 적용됐다. 지금까지도 도자기 테두리와 표면에 보석을 붙이는 세공작업은 전세계에서 한국도자기만 가진 기술이다. 현재 한국도자기는 스와로브스키 엘레멘츠와 협약해 장식용 보석을 붙인 '프라우나 쥬얼리'를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도자기를 만든 기술혁신의 역사는 국내 최초로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한 1973년부터 시작된다. 1968년 도자기 산업 대표로 해외연수단에 참가한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은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으로 본차이나를 보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 영국 로열 덜튼(Royal Doulton)과 기술 이전을 추진한 끝에 1973년말 국내 최초로 젖소 뼈를 태운 가루인 본애쉬(bone-ash)를 50% 이상 보유한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이는 한국(30%)은 물론 미국(25%), 영국(40%) 등 주요 본차이나 생산국의 본애쉬 함유기준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도자기는 청와대에 식기를 납품하게 됐고, 해외 공관과 유명 호텔에서도 한국도자기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도자기의 기술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0년대말 일반도자기보다 3배나 강한 도자기 '파인차이나'를 개발한 것. 이 제품은 전자레인지, 오븐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면서 본차이나보다 가격이 저렴해 수출 판로 개척에 크게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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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한국도자기는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한국도자기를 캔버스로 한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이탈리아의 현존하는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대표적이다. 그가 선보인 지오메트리카 제품은 기하학적인 모양의 손잡이가 특징으로 티포트, 컵, 설탕용기 등으로 출시돼 마니아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는 고인이 된 다자이너 앙드레김의 작품 세계 역시 한국도자기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앙드레김의 웨딩드레스를 모티브로 한 '웨딩마치'는 신혼의 낭만을 상징하는 화사한 장미꽃을 패턴으로 장식, 한국도자기 제품 중에서도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적인 명성에 대중적 인지도까지 겸비한 디자이너 앙드레김을 통해 예술적 완성도와 상품성을 함께 충족시키고자 런칭한 라인이었다"며 "서구적인 감각과 동양적인 단아함을 도자기 안에서 조화시킨 25가지 제품을 출시해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초기표현주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작 '유디트'와 '키스'를 담은 식기 역시 한국도자기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제품들이다. 화려한 컬러가 특징인 클림트의 작품은 도자기에 색감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관건. 한국도자기의 클림트 식기는 원작의 황금빛 색채와 섬세한 붓터치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클림트 식기는 '한국도자기 전사 기술의 결정체'라고 불릴 정도다. 김 사장은 "한국도자기는 전사지 개발에만 전념하는 별도 연구소를 운영하며 신기술 개발과 품질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100여명의 직원이 전사지 공정에 배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전사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는 영국 왕실의 식기류를 15년 넘게 공급하고 있는 200년 전통의 도자기브랜드 '퀸즈(Queens)'와 협업에 나선다. 영국 왕실에 납품하는 '후커스 푸룻(Hooker's Fruit)' 컬렉션을 독점으로 한국에 선보이기로 한 것. 후커스 푸룻 컬렉션은 식물학자이자 최고의 과일 삽화가로 꼽히는 윌리엄 잭슨 후커 경의 작품을 담은 제품들이다. 한국도자기는 후커 경이 그린 6가지 패턴의 과일 디자인을 도자기에 새겨 국내 소비자들에게 내놓을 방침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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