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中진출기업 현지화 노력을

정상은<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올해는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사에 있어서 큰 획을 그을 만한 역사적인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사실상 최대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는 35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해 일본(29억달러)을 제치고 홍콩(108억달러)ㆍ버진아일랜드(38억달러)에 이은 중국의 3대 투자대상국이 됐다. 홍콩이 중국령이고 버진아일랜드가 조세 도피처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1위에 해당한다. 지난 2000년까지 우리나라는 홍콩은 물론 미국ㆍ일본ㆍ대만ㆍ싱가포르 등에도 한참 처지는 6~7위의 투자국가였으며 이는 우리 정부나 기업이 중국에서 교섭력을 가지는 데 큰 제약요인이 됐다. 중국측이 “당신들한테 우리는 1~2위의 투자대상국이겠지만 당신들은 우리 입장에서 6~7위에 불과한 그다지 중요한 파트너가 아니다”는 식의 발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 한ㆍ중간 협상이 원활히 진행됐을 리 없다. 늘 아쉬운 쪽은 우리였고 큰소리 치는 쪽은 중국이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에 있어서도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로 부상한 것이다.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은 질적으로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현지공장의 매출 중 중국내수 비중은 2000년까지 20%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40%에 육박하고 있다. 내수를 하지 않는 60% 중 상당수도 내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고려하면 중국 진출의 대세가 수출형 생산기지에서 내수시장 공략으로 넘어갔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는 가파른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이 저임생산기지로서의 이점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냥 무시하기에는 중국시장이 워낙 거대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세의 변화에도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 행태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단순 생산기지의 경우보다는 내수를 고려한 진출이 훨씬 많은 준비기간과 과정이 필요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중국 진출을 위해 몇년을 준비했다는 기업은 여전히 손에 꼽을 만하다. 심지어 아직도 중국 출장 1~2회에 진출을 결정하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 중국 진출의 성공 확률은 준비기간과 비례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준비작업이 중요하다. 특히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의 법규ㆍ제도ㆍ소비행태 등이 급변하고 있고 전세계 다국적기업이 속속 진출해 시장경쟁 강도가 크게 높아졌음을 감안하면 준비작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철저한 준비과정을 통해 진출했다 해도 현지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중국에 진출했지만 현지공장의 공장장은 물론 간부 전원이 외국인이라면 현지의 기업이 아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고운 눈으로 볼 리 만무하다. 이런 기업이 현지시장에서 성공하기는 동지섣달에 뱀 만나기만큼 어렵다. 바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의 현지법인도 대부분 장소만 중국일 뿐 한국인 주재원에 의해 운영되는 본국ㆍ본사를 위한 공장이다. 이런 기업에 유능한 중국인이 올 리 없으며 요행 들어오더라도 오래 있을 리 만무하다. 구미기업들이 중국에서 우수 인력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반면 우리 기업들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국에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이러한 까닭 때문이다. 시스템이 현지화되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오는 2005년은 물론 상당기간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내수시장이 협소한 우리 경제의 활로는 결국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우리의 경쟁력 수준이나 지리적ㆍ문화적 근접성, 수출대상국의 구매력ㆍ잠재성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가장 유망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작업과 현지화 노력만 명심해도 중국 진출 성공의 절반은 달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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