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상양시장 vs 동대문시장

지난 14일 낮 중국 상하이 중심가 상양(襄陽)시장. 길거리와 상가 구석구석에 빽빽이 들어선 1,000여 군데의 매장마다 프라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짝퉁’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곳곳에서 관광객과 호객꾼과의 흥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짝퉁 시장’인 상양시장의 이 같은 모습을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최근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상양시장을 곧 철거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 세계 유명 브랜드마다 중국과의 ‘짝퉁소송’을 제기하는 등 국가 이미지가 훼손당하고 있는데다 특히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인 도시로 부상하려는 상하이시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저녁 서울 동대문 시장 사거리. 수백여개의 노점상들이 매대에 구찌, 발리 등 명품 짝퉁을 늘어놓고 호객 행위에 한창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뒤섞여 물건을 고르는 모습이 흡사 상양시장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 쪽은 없어지고 다른 쪽은 계속 장사를 해 ‘짝퉁 시장’의 명성을 쭉 이어갈 것이라는 사실. 바로 정부의 단속 의지 여부다. 동대문에서도 보듯이 실제 우리나라의 짝퉁 이미지도 중국 못지 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상양시장을 거치듯이 일본인이나 중국인 역시 한국에 오면 동대문이나 남대문에서의 짝퉁쇼핑은 필수코스일 정도. 일반 쇼핑몰은 약과다. 온라인에서는 아예 짝퉁 세상이다. 쇼핑몰마다 명품의 탈을 쓰고 제값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페라가모, 버버리 등 유명 명품은 물론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브랜드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엔 수천장의 월드컵 응원복 짝퉁을 유통시키다가 적발되기까지 했다. 이만하면 ‘짝퉁 천국’으로 불릴만 하다. 하지만 이런 오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더욱이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피해 역시 중국에 못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전세계는 ‘짝퉁과의 전쟁’에 여념이 없다. 세관에서 모조품 구매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초강수까지 두는 나라도 있다.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제 세계 흐름에 동참해야 할 때가 왔다. 짝퉁 국가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정부 당국의 결연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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