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애널리스트 유감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일본에 있는 NHN재팬을 탐방했다. 다녀와서 내놓은 리포트의 대체적인 결론은 NHN이 일본 자회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쓴 리포트를 하나씩 읽다 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4ㆍ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모두 같은데 3ㆍ4분기 실적 추정이 달랐다. 한쪽은 3ㆍ4분기 영업적자를 예상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부진 정도로 취급하거나 아예 언급이 없었다. 확인해보니 3ㆍ4분기 영업적자는 NHN재팬이 애널들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었다. 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어차피 4ㆍ4분기부터 회복되니까 큰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게 한 애널의 답이다. NHN재팬은 NHN의 100% 자회사로 매출이 NHN의 10%를 넘는다. 이 정도 규모의 자회사가 영업적자를 낸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투자정보다. 분기 실적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것을 우리는 1년에 4번씩 경험한다. 증권시장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애널이 기자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기자는 독자, 애널은 투자자로 정보를 제공하는 상대만 다를 뿐 하는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출입처에서 발표하는 보도자료는 하나인데 뒷날 나온 기사를 읽어보면 모두 제각각이다. 기자들이 저마다 보도자료 속의 행간을 읽기 위해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그 결과 서로 다른 시각에서 기사를 쓰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본에 간 애널들은 이를테면 취재는 고사하고 보도자료 베끼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가끔 ‘믿지 못할 애널’ 등의 제목으로 애널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다. ‘강력 매수’ 의견을 낸 직후부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하거나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한 다음날 해당 업체가 실적 추정치를 대폭 낮추는 등의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고객에게 비가 오는지를 가르쳐줄 수는 없지만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어줄 수는 있다’는 경영속담이 있다. 한 기업의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투자자들에게 전달은 해주는 게 애널의 최소한의 의무다. 메신저(전달)도 못하는데 애널리스트(분석)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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