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웃도어 순위경쟁 이제 그만


불황 속에서도 아웃도어 업계는 올해 20%대 고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내수경기를 견인하는 주요 상품군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매출이 호조를 보일수록 아웃도어 업계의 경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워낙 성장폭이 큰 상품군이다 보니 매년 10위권 내 상위 업체 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순위다툼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연말이 되면서 올해 올린 실적을 놓고 상위 업체들끼리 서로 수치가 '맞다' '아니다'라며 신경전과 비방전이 한창이다.


A업체는 B업체가 여성복과 잡화까지 취급하기 때문에 아웃도어 브랜드 단독 매출이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B업체는 A업체 쪽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한 물량이 아닌 대리점에서 사간 물량만 발표하고 있어 실적을 얼마든지 뻥튀기할 수 있다고 비난한다. 그런가 하면 C업체는 안전화 매출까지 아웃도어 의류 매출에 넣고 있다는 제보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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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류시장에서 브랜드 간 이 같은 순위다툼은 다소 의아한 현상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르는 패션에 매출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순위다툼에 민감한 것일까. 바로 '1위 업체 프리미엄' 때문이다. 아웃도어 의류는 패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바람 치는 산속에서 혹은 혹한 속에서 내 몸을 보호해주는 기능성 제품이기도 한 만큼 소비자들은 기능성과 디자인을 두루 감안해 지갑을 연다. 그런데 정작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기능성보다는 순위경쟁에 빠져 '많이 사람들이 선택한 옷'이 곧 '입소문으로 증명된 품질'이라는 등식을 내세우며 주객이 전도된 마케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끼리 서로를 믿지 못할 정도로 매출 부풀리기가 심해진 이상 해마다 발표되는 실적순위도 100% 충분한 신빙성을 갖지 못하게 됐다. 언젠가는 소비자들도 업체들의 마케팅에 휘둘려 제품을 고르다가 비싼 돈을 주고 산 아웃도어 의류의 기능성에 배신당할 수 있다. 아웃도어 업계가 이제 그만 순위경쟁에서 벗어나 제품의 본질에 보다 충실하기를 바란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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