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팀 국장을 사칭해 8명으로부터 4억3,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장모(42ㆍ무직)씨가 사기 등 혐의로 12일 경찰에 구속됐다.
장씨는 피해자들이 청와대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정문 부근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 청와대가 새겨진 시계를 주기도 하고 청와대에 관한 신문 기사를 줄줄 꿰고 설명도 곁들였다. 예전에 비슷한 사기를 치다 감옥에 갔다 온 그는 청와대 사정에 밝고 글을 쓸 때면 한자를 적절히 사용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대부분 청와대에 전화 한 통 해보지 않았던 피해자들은 폐기물처리업체 공장을 담보로 기술신용보증기금 대출을 받으려는 중소기업 사장, 모 은행에 다니는 부인을 과장으로 진급시켜 달라는 남편 등 다양했다. 피해자 중에는 경찰에 와서도 자신 때문에 `국장님`이 구속된 줄 알고 어찌할 줄 몰라한 사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피해가 자꾸 늘어나며 사기 행각의 꼬리가 잡혔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장씨를 구속하고, 공범 이모(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장씨의 운전사 행세를 한 하모(3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