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부] 외자유치 "달러 사양-원화 환영"

「외자유치는 환영하지만 달러 유입은 사절(?)」최근 넘치는 달러때문에 환율하락(원화가치 절상)이라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부의 외자유치에 대한 입장이 바뀌고 있다. 외국인의 투자유치는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꼭 외화 투자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팝코전주(舊 한솔제지 전주공장)는 한솔제지에 갚아야 할 전주공장 인수대금중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원화로 조달할 계획이다. 싱가폴 소재법인인 팝코전주가 한솔제지 전주공장을 인수한 대금중 미결제분을 국내은행에서 빌려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팝코전주는 이같은 계획을 청와대와 재정경제부에 문의한 결과, 대환영이라는 답변을 듣고 국내 시중은행들과 자금조달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97년11월 외환부족으로 IMF에 손을 벌려야 했던 한국경제가 이제는 달러유입이 더이상 반갑지 않는 상황으로 바뀌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팝코전주는 한솔제지, 캐나다 아비티비 콘솔리데이티드, 노르웨이 노스케 스콕사가 각각 2억달러씩, 모두 6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팝코(PAPCO·싱가폴 소재)의 한국내 독립법인. 한솔제지는 전주공장을 9억7,000만달러를 받고 팝코에 매각한 후 2억달러를 재투자, 팝코의 대주주가 됐고, 팝코는 전주공장을 팝코전주로 재탄생시켰다. 전체 매각대금 9억7,000만달러 가운데 아직 한솔제지로 입금되지 않은 금액은 3억6,000만달러. 팝코전주는 이중 2억7,000만~2억8,000만달러(3,100억~3,200억원) 가량을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원화로 조달할 계획이다. 팝코전주의 지주회사인 싱가폴의 팝코는 당초 팝코전주의 사업성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만기 5년이상의 장기차입의 경우 국내외 금리차가 거의 없어 국내조달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팝코전주의 사업기반이 국내에 있기 때문에 원화차입의 절차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과 원만한 관계를 쌓아놓는게 향후 영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팝코전주는 이미 국내 시중은행들과 대략적인 협의를 마쳐 막바지 세부작업만 남겨둔 상태다. 특히 팝코전주는 당초 정부에 약속했던 「외자유치」를 「원화차입」으로 전환하는데 대해 청와대와 재경부에 의견을 물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팝코전주 설립이 IMF 이후 국내 재벌기업의 기업구조조정 및 외자유치 성공사례로 대대적으로 소개된 사례였고 일본 NHK에 신년특집으로 방송될 정도였기 때문에 외화를 직접 들여오지 않는데 대해 정부당국의 양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 역시 최근 달러공급 과잉으로 환율하락이 문제되는 시점에서 3억달러 가까운 달러가 한꺼번에 들어오는게 부담스러운 상황인 만큼 원화차입을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돈을 빌리는 주체가 외국기업인 팝코이므로 외자유치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다. 최근 원화환율이 달러당 1,150원대까지 떨어진데다 상반기 달러 초과공급액이 100억달러를 넘고 하반기에도 100~150억달러의 달러 공급과잉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는 하반기에 5~6조원(40억달러)의 외국환평형채권을 추가로 발행하고 가용 외환보유액을 7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달러 흡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팝코전주가 정부의 종용으로 외화 조달방침을 원화 차입으로 바꾼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결국 정부로서는 달러 수급관리에 도움이 되고, 팝코로서는 달러가 필요할땐 달러유치로, 원화가치 상승이 문제가 되는 시점에서는 원화차입을 함으로써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얻게 된 셈이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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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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