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1·고려대)가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기록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28.56점)을 넘어설 수도 있을 전망이다.
올 시즌 변경된 피겨스케이팅의 경향을 살펴보면 고득점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19~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벌어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경기에서 안도 미키(24·일본)는 무려 201.34점을 받아 우승했다. 2년 전 김연아가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200점을 넘겨 207.71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로 우승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록이다. 1년 사이에 피겨 스케이터들의 점수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셈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연아의 올림픽 성적은 ‘불멸의 기록’이 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ISU가 채점 규정을 바꾸면서 쇼트프로그램의 기존 8개 구성요소 중 스파이럴 시퀀스를 빼고 7개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 하지만 점프에 실패했을 때 감점 기준이 세분화된데다 고난도 점프의 기본 점수가 높아지면서 스파이럴 시퀀스가 빠진 걸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게 됐다. 실제로 이번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아사다 마오는 두 번의 연기에서 세 차례나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한 차례 롱에지 지적을 받았지만 예전보다 높은 기본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완벽한 점프에 실패하면 바로 한 단계 낮은 기본점이 적용됐지만 올 시즌부터는 부족한 회전이 반 바퀴 미만이면 70%의 기본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사공경원 경기이사는 “70%의 기본 점수가 예상 외로 크다”며 “사실상 대부분 선수가 레벨4를 받아 변별력이 없었던 스파이럴이 빠진 부분을 메워준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산점(GOE)이 과거보다 후하게 매겨지는 것도 점수 인플레이션에 한몫을 했다. 사공 이사는 “ISU가 최근 국제대회에서는 심판들에게 좋은 연기에는 확실히 가산점을 주도록 강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 만에 정상 복귀를 노리는 김연아가 변경된 피겨 채점 기준을 잘 활용하면 자신의 세계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