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인영의 월가포커스] 허쉬 초콜릿과 하이닉스

미 펜실베이니아주의 허쉬라는 마을은 외부 사람들에게 초콜릿 제조 과정을 보여주고, 초콜릿을 공짜로 주기도 한다. 타운 사람 대부분이 초콜릿 공장에서 근무하고, 지주회사인 허쉬 트러스트는 학교와 병원을 지어 기업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모범적인 기업이다. 이 조용하던 타운이 지난 7월말 이후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허쉬 트러스트가 초콜릿 회사인 허쉬 푸드의 지분 56%를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허쉬 트러스트가 방만하게 자금을 운영하다가 돈이 부족하게 됐고, 허쉬 푸드의 지분을 매각해서 보충하려고 한 것. 그 이면에는 초콜릿 회사가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값이 좋을 때 팔아야 한다는 경제논리가 숨어 있었다. 먼저 해외 경쟁사인 스위스의 네슬레와 영국의 캐드베리가 공동으로 105억 달러를 주겠다고 덤벼들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들고 일어섰다. 그들은 자신의 마을 이름이 들어있는 회사를 외국기업, 그것도 허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에게 매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갈 마이크 피셔 법무장관이 법원의 승인 없이 허쉬 푸드를 매각할 수 없도록 청원을 냈고, 주 법원도 마을 사람들의 편을 들어 이를 승인했다. 이 와중에 시카고의 껌 회사 위글리가 네슬레보다 더 많은 125억 달러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위글리는 미국 회사이고, 코뮤니티 발전을 약속함으로써 허쉬 마을의 지역정서를 녹여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허쉬 트러스트의 이사회는 장장 10시간의 난상토론을 벌여 허쉬 푸드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허쉬 드라마는 한국의 하이닉스 처리 과정과 여러 가지로 비슷하다. 국민 정서와 지역 정서라는 범위의 차이가 있지만, 집단 정서라는 비경제적 요소가 기업 매각을 저지하고, 이에 편승해 정치인들이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경부 장관 때 하이닉스 매각을 주장했던 진념 전 장관이 경기도 지사에 출마하면서 하이닉스 매각을 보류하는 게 좋겠다고 후퇴한 게 그 예다. 하지만 허쉬 푸드는 비록 흑자기업인 반면에 하이닉스는 엄청난 은행 부채를 안은 채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윤철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이 최근 "하이닉스 매각을 반대하는 것은 국수주의"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오는 12월 대선 이전에는 누구도 하이닉스 매각을 앞장서서 주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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