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대적 박탈감

우리나라에 만연한 부정적 사회심리 중의 하나로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남들이 누리는 혜택에서 자신은 빠졌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예컨대 남들은 집값ㆍ땅값의 상승으로 큰돈을 버는데 자신은 본전치기에 그치고 있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인사이동에서 동료들은 승진하고 영전해 가는데 본인은 제자리 유지도 어렵다면 역시 같은 감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런 감정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내부적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적 원인이다. 내부적 원인은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유래되는 원인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현실이 부당하게 자신을 핍박한다는 불만을 갖게 되고 이것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표출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획일적 형평성을 사회정의라고 믿는 사회주의적 이념추구도 상대적 박탈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개인적인 과대망상이나 오도된 신념으로 인해 발생하는 박탈감은 본인에게 그 책임이 있다. 따라서 이를 치유하려면 본인의 잘못된 시각을 교정하면 된다. 그러나 외부적 원인은 사회체제의 부조리에서 연유된다. 우리사회는 과거 강권통치아래 양적 팽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회적 부조리에 노출되어 왔다. 이를테면 투기행위로 떼돈 번 벼락부자를 우리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정경유착으로 급성장했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망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학연ㆍ지연ㆍ인연 등 연줄을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 오기도 했다. 이렇게 능력 외의 요소가 부와 지위를 결정하니 대다수의 보통사람은 항상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왔다. 이 같은 외부적 원인으로 인한 박탈감은 그런데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굳이 외면하고 체념ㆍ방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체념과 방관은 냉소주의와 잠재적 불만을 증폭시킨다. 때문에 이것을 그대로 두고는 사회통합은 물론 사회의 선진화를 이룩할 수 없다. 참여정부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것은 결국 상대적 박탈감의 외부적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참여정부는 과연 우리국민을 해묵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최병선(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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