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과 중국은 시각 장애인 인권 변호사 천광청 사태의 해법을 놓고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양국이 물밑 협상에서 천씨의 미국 유학행에 합의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양국은 서로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며 일촉즉발의 외교 충돌로 치닫는 형국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천씨의 주중 미 대사관행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공세에 나섰고 현지 언론들은 게리 로크 주중 미 대사 등 미국 정객들이 중국을 음해하기 위해 졸렬한 꼼수를 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하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인권 존중은 모든 국가에 해당되며 천씨의 망명을 허용하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이같이 한치의 양보도 없던 대립각 국면은 중국 당국이 전격적으로 천씨의 미국 유학 허용 의사를 밝히면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중국은 '망명'이란 표현 대신 '유학'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에 굴복한다는 이미지를 피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대결을 종식시켰다. 미국도 천씨의 유학행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면서 국내에서의 인권정책을 실패하는 비난을 피하게 됐다. 북한ㆍ이란 핵 문제서부터 세계경기 회복을 위한 경제협력 등 안보ㆍ경제 등 다방면에서 서로의 협력이 필요한 미중 양국이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외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난 2월의 왕리쥔 전 충칭시 부시장의 미 청두 영사관 망명 이후 전개 과정도 양국이 실리를 중시한다는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미국은 왕리쥔의 망명 허용이 당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양국 관계를 훼손할 것을 우려해 다시 왕의 신병을 중국 측에 넘겼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1년 남중국해에서의 미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 사건, 1999년 미국의 유고 중국 대사관 폭격 사건 당시에도 양국의 감정이 격해지며 심각한 외교 사태로 비화하는 듯 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활발한 물밑 교섭을 통해 정상을 되찾았다.
이번 미중 전략대화에서 드러났듯 양국은 이제 체제 차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대립 국면을 받아들이면서 각론에서는 협상과 공동 보조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대화에서 세계를 주재한다는 주요2개국(G2)이라는 표현 대신 협력(cooperation)과 조정(coordination)을 상징하는 C2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 단적인 예다. 남중국해 문제 등 역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아태 사무협상'을 본격 발족하고 이란 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중동 사무협상'도 열기로 했다.
이 같은 미중의 협력 체스 게임을 보면서 통일 과업을 앞두고 있는 한반도 문제에 필연적으로 생각이 닿는다. 미중의 실리 외교를 간파하고 활용함으로써 한반도 안정과 평화, 나아가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지혜로운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