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퇴직연금제 도입을 앞두고 금융계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본격 시행 첫 해인 내년에만 5조원, 오는 2015년까지는 2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시에 들어오게 되면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미국 증시가 401k를 등에 업고 장기 상승한 것처럼 우리 증시도 대세상승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대로 퇴직연금제도가 조기에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최근 한 생명보험회사가 기업체 퇴직금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2년 안에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겠다고 응답한 곳은 24%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이들 기업의 대부분은 외국계나 공기업이어서 국내 기업들은 아직 퇴직연금제에 소극적이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퇴직연금은 기존의 퇴직금과는 달리 자금을 사외에 적립시키기 때문에 회사가 지급불능 사태에 이르더라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제도다. 문제는 근로자들이 위험부담이 따르는 투자상품에 대해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저금리시대라고는 하지만 자칫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는 투자상품에 선뜻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근로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세제 혜택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정부는 기존의 개인연금저축 불입액을 포함해 연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개인연금 소득공제한도가 연간 24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추가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6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정도 메리트 때문에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눈길 돌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세제 혜택 하나만 가지고 퇴직연금이 정착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했다면 제도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