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계적 부양'으로 선회
토지거래허가지역 5곳 해제…수도권 등은 연내 풀릴수도
싸늘하게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부양책이 차츰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 최고위 당국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부양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광역시와 지방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0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뜨거운 감자'인 종합토지세와 관련해 "종토세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주택ㆍ비주택ㆍ사회간접자본(SOC) 등 3개 부문별로 시장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제2의 부동산대책'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뿐 지난해 10ㆍ29대책의 기조에서 변한 것은 없다"(김광림 재경부 차관)고 강조하지만 시장에서는 정책기조가 '단계적 부양'으로 돌아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규제와 세제 등 각종 정책들도 부양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투기지역지정제도를 내놓은 지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부산ㆍ대구 등 지방을 중심으로 투기지역을 해제한 것은 이 같은 정책의 흐름에서 큰 전환점이다. 단계적 부양이 완전 부양으로 전환되는 것은 수도권과 충청 지역이 해제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 결과에 따라 주택투기지역은 현재 57개에서 50개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날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 6개월 이상 경과 ▦지정 3개월 전과 3개월 후 사이 6개월간의 누적 가격상승률이 전국평균 또는 소비자물가상승률 이하 ▦해제 심의일 이전 3개월간 누적 가격상승률이 전국평균 또는 소비자물가상승률 이하 등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투기지역에서 해제해주기로 했다.
다만 대규모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는 지역과 인ㆍ연접 지역, 주변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해제를 유보하도록 했다. 서울과 수도권ㆍ신행정수도 건설예정지 등은 당분간 해제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의 냉각기운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연내 이들 지역에서 해제되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1개 토지투기지역은 가격상승폭이 커서 일단 이번 해제대상에서 제외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2ㆍ4분기 소비자물가나 전국지가상승률의 1.3배를 넘는 25곳을 대상으로 심의를 벌여 ▦신행정수도 예정지와 인접하고 ▦2ㆍ4분기 또는 상반기 지가가 전국평균의 2배 이상이며 ▦주택투지지역에 해당되는 9개 지역을 토지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들은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토지투기지역은 현재 31개에서 40개로 늘어났다.
정부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시군구 내에서도 부동산 값이 오르지 않은 읍면동이 있을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재경부 등에 해제를 요청하면 확인조사를 거쳐 해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천안 등 일부 지자체로부터 해제요청을 받아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도 신행정수도 예정지가 충남 연기ㆍ공주로 확정된 만큼 땅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충북 음성 등 5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이들 5개 군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총 2,555.4㎢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들은 토지거래계약 허가절차로 인한 불편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비도시지역 내 녹지는 200㎡, 도시지역 외 농지는 1,000㎡, 도시지역 외 임야는 2,000㎡ 초과 토지를 거래할 경우 해당 시군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8-20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