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부임 5개월 동안 장고에 들어갔던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이 단기 순익보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선택했다. 당장 수요가 있는 와이드 모니터용 패널을 생산하는 5.5세대의 추가 투자 없이 50인치 이상 대형 TV용 패널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G필립스LCD는 지난해 7월 5.5세대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파주공장 P8라인에 일부 장비까지 설치했지만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왔다. 시장에서는 적자 상태인 LG필립스LCD가 투자액수가 적고 윈도비스타 출시로 수요가 늘어 가격이 회복되고 있는 5.5세대에 1조원가량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왔다. 지난해 9,452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고전한 LG필립스LCD가 5조원이 넘는 차세대 생산라인 투자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LG필립스LCD의 이번 결정은 경쟁사들이 과감한 투자로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한 부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법인인 S-LCD는 탕정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8세대 LCD패널을 당초 예정보다 2달 앞당겨 오는 8월부터 월 5만장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 샤프는 이미 지난해 8세대 패널 양산에 들어가 생산량을 월 3만장까지 끌어올렸으며 10세대 투자계획까지 발표했다. 여기에다 대만 CMO도 2009년부터 월 2만장 규모로 8세대 패널을 생산할 방침이다. LG필립스LCD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내부 생산효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점도 추가 투자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LG필립스LCD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규모의 경제에 주력하다 보니 생산효율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생산라인에서도 수율을 높이면 라인증설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LG필립스LCD 사장은 1일 이사회를 마친 뒤 “(5.5세대) 투자를 통해 당장 필요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용기가 필요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그동안의 고뇌를 토로했다. 권 사장은 “그러나 전사 차원의 극한 도전을 통해 강한 체질을 갖추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김동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에 대해 “패널이 점정 대형화하는 추세에서 5.5세대 투자 취소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8세대 투자로 앞으로 대형 TV시장이 커지면 전략적 제휴 파트너를 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