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통합법안은 우리나라 금융사에서 쓰나미급의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마련을 진두지휘했던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이 법이 가져올 변화는 지난 86년 영국 금융시장 빅뱅의 10배에 해당한다”고까지 평가했다.
‘한국판 금융 빅뱅’으로 불리는 이번 법안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참여정부의 정책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의 금융허브 자리를 꿰찬 홍콩과 싱가포르도 2002~2003년 자본시장 관련 법을 통합했다. 호주도 2001년 ‘아시아 타임존에서의 세계 금융센터’를 목표로 통합법인 금융서비스개혁법(FSRA)을 제정했다. 증권연구원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FSRA를 제정한 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규모가 각각 2배로 불어났고 외환시장도 1.5배 증가했다.
이 같은 그림을 품고 만들어진 새 법령에 따라 우리 금융업종의 법 체계가 확 바뀐다. 증권거래법을 비롯한 자본시장 관련 14개 법 가운데 절반 정도가 하나의 법으로 묶인다. 이 결과로 총 10편, 450여개 조문으로 구성된 초대형 법이 하나 탄생한다. 통합법이 시행되면 자본시장 관련 규제도 크게 줄어든다. 현재 300여개에 이르는 자본시장 관련 규제 가운데 120여건이 폐지되고 10여건이 완화된다. 기존 규제 가운데 40% 정도가 폐지 또는 완화되는 셈이다.
은행과 보험 중심이었던 금융산업은 은행ㆍ보험ㆍ금융투자회사 등 3대 축으로 재편된다. 금융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50여개 증권사와 40여개 자산운용사, 10여개 선물회사들이 인수나 합병을 통해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을 탄생시킬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다양한 금융투자상품과 헤지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생겨나면 신용도가 낮거나 사업 초기 위험 부담으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었던 중소기업이나 BT 등 신산업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상품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뀌게 돼 파생상품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억달러에 그치는 장외파생상품의 거래 규모는 147억달러로 현재의 7.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