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기업들 환율 급락 '비상'

"정부대책 안일" 분통<br>경영 위기감 고조속 올 목표수정 움직임

원ㆍ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세로 삼성ㆍ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에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일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그룹은 1달러당 980원을 기준환율로 정해놓았다”며 “관련부처가 환율방어에 나서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환율 움직임에 상대적으로 내성이 강한 삼성전자로서도 최근의 변동폭과 속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해 주목된다. 특히 이는 환율 급락에 속수무책인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대목이다. 원ㆍ달러 환율 폭락으로 인한 경영 위기감은 다른 기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감지된다. 국내 수출기업의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1월 말부터 직원들의 근무자세나 회사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급락하는 환율 탓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이후 복사용지 한 장 쓰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됐고 회식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경영진 사이에서는 최근의 환율하락 속도나 폭에 대해 염려의 수준을 넘어 공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락속도에 ‘초긴장’=최근의 환율 급락은 비교적 내성을 갖췄다는 대기업들조차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변화에 상관없이 수익을 내자는 게 주요한 경영목표이지만 최근의 환율 급락으로 이미 목표환율을 훨씬 벗어나 있는 상태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경영목표 등을 수립했지만 이렇게 급속히 환율이 하락할지는 몰랐다”며 경영계획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재계가 정부의 안일한 환율대책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도 급격한 속도 하락에 제대로 대처할 시간조차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4대 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해 “원ㆍ달러 환율이 하루에 3~4원씩 떨어지니 어떻게 수출하고 이익을 남기겠느냐”며 “정부의 환율정책에 미스(잘못)가 있는 게 아니냐”고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경영목표 재수정 ‘시간 문제’ =상당수 기업들은 극도의 위기감 속에 잇달아 ‘긴급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1~2개월 전에 마련했던 경영목표를 전면 수정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원ㆍ‘달러 환율 급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자 1월 말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환율 등 대외환경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고 사업계획을 점검하는 경영전략추진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서둘렀지만 벌써 올해 경영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배어 있다. 삼성전자는 환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결제통화 다변화로 현행 60% 이상인 달러화 결제 비중을 축소해나갈 방침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원ㆍ달러 환율 900원에도 버틸 수 있는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와 함께 코스트 리덕션(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 달러화 자산 축소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올해 평균 환율을 달러당 950원선으로 잡고 경영계획을 수립했지만 환율이 달러당 950원 밑으로 추락할 경우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LG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부에서 달러당 920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경영계획을 다시 들여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출기업 지원정책으로 선회를” =전문가들은 환율하락 기조에서 정부가 환율정책의 초점을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거시정책에서 수출기업 지원이라는 미시정책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약한 달러 용인 정책과 중기적인 달러화 약세 기조하에서 원화강세 저지를 위한 시장개입은 효과를 얻기 힘들다”며 “원화가치 강세(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를 정부의 수출기업지원정책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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