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뚝심의 승부사' 허정무 빛났다

한국인 감독 본선 첫 승리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이 마침내 한국인 사령탑으로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승리를 지휘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토종 사령탑'의 월드컵 도전사는 험난했다. 본선에 처음 올랐던 지난 1954년 스위스 대회 때 '한국 축구의 대부' 김용식 선생이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헝가리에 0대9, 터키에 0대7로 참패를 당했다. 이후에도 김정남 한국프로축구연맹 부회장(1986년 멕시코),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1990년 이탈리아), 김호 전 대전 감독(1994년 미국) 등이 대표팀을 지휘했으나 한번도 조별리그에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1998년 프랑스 대회 때는 차범근 감독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대5로 참패하면서 중도 경질되는 아픔도 경험했다. 이후 외국인 사령탑 시대가 열렸고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움베르투 코엘류-조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이 차례로 대표팀을 조련했다. 허 감독은 7년여 동안 이어졌던 외국인 감독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인물. 2007년 12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첫 A매치였던 2008년 1월30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0대1로 패하고 무승부 경기와 골 결정력 부족 문제가 이어지면서 '국내파는 안 된다'는 편견 속에 '무색 무취' '허무 축구' 등의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뚝심을 잃지 않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선수를 기용하고 젊은 피를 수혈하는 과감한 실험을 계속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에는 사기 저하 우려를 무릅쓰고 랭킹 2위 스페인을 선택하는 승부수를 던져 0대1로 졌지만 대표팀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수확했다. 12일 그리스전에서는 선제골을 뽑은 뒤 지키는 데 급급하지 않고 계속 공세를 퍼붓는 정공법으로 완승을 거뒀다. 강한 의지로 첫 승을 이끈 허 감독이 어디까지 새 역사를 써내려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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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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