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개공 분양가 ‘자승자박’

서울 도시개발공사가 아파트 분양을 놓고 스스로 결박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상태에 빠졌다. 지난 해 11월 분양한 40평형 분양가를 1,200만원에 책정하면서 7월 분양 예정인 40평형대 아파트도 평당 1,200만원 선에 분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 7월 분양 예정인 40평형의 분양가를 낮추자니 7단지 계약자 등의 반발은 불가피하고, 또 1,200만원 선에 분양할 경우 미분양, 혹은 분양수익 폭리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승규 도개공 사장은 “7월 예정인 40평형 433가구의 분양가도 최근 원가를 공개한 7단지 40평형 분양가와 같은 1,200만원 선에 분양할 예정이다”며 “이익금은 임대주택 건립과 장학금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엄을 없애기 위한 악수(?) = 이 같은 도시개발공사의 난처한 상황은 7단지의 분양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800만~1,000만원 선으로 추정됐던 상암 7단지의 분양가가 평균 1,210만원 선에 책정, 고가 분양의 여론도마에 휩싸였던 것. 더구나 상암 7단지 40평형 분양가는 마포구공덕동 삼성래미안 1,100만원 보다도 높아 시민단체 반발이 거셌다. 이에 대한 도개공의 당시 논리는 간단하다. 즉, “분양가를 낮출 경우 청약과열 현상이 나타날게 뻔하고 또 당첨만 되면 수 억원의 프리미엄을 갖게 되는 부작용이 있어 분양가를 민간업체의 분양가에 맞췄다”는 것이다. 물론 청약열기는 낮췄다. 평균 1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초기 미계약도 17가구가 발생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공공기관인 도개공의 주장이 민간업체의 논리와 같았다는 점이다. “분양가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민간주택업체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브랜드 가치 등으로 인해 당첨 후 수천만원에서 수 억원의 프리미엄을 당첨자에게 안겨주는 마당에 일정부분 챙기는 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이다. 문제는 분양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점. 서울 1차에서 0.8대1의 사상최저 청약경쟁률이 나왔다. 높은 분양가가 한 몫 한 결과다. 분양시장 위축은 상암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미달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여론은 경영미숙의 질타가 뻔하다. 결국 도개공은 나머지 40평형의 분양가를 낮출 수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 빠졌다. ◇청약자격, 사실상 무주택자만 해당 = 분양가 인식에 대한 도개공의 자가당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해 9월 완전 부활된 청약규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 정부는 지난해 투기과열지구 내 2주택 이상, 5년 이내 당첨자에게는 청약1순위 자격을 박탈했다. 또 분양권 전매도 소유권이전 등기를 완료 하기 전까지는 할 수 없도록 했다. 상암40평형에 청약할 수 있는 수요자도 무주택자이거나 장기투자자로 제한된 것이다. 또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상황에서 평당 1,200만원 아파트는 30평형대건, 40평형대건 웬만한 자금력을 가지고 청약할 수조차 없다. 40평형의 분양가 4억8,000만원. 계약금 20%만해도 무려 9,600만원에 달한다. 또 6개월 단위로 1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높은 분양가로 인해 더 좋은 입주환경을 추구하는 무주택자에게 청약할 용기마저 박탈하는 게 현재의 높은 분양가의 덫이다. 공공기관이 이를 간과하고 민간의 논리로만 대응한 것에 대해 비판의 여론이 높은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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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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