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의 힘 밴처캐피털] 살아나는 벤처경기…"투자 늘리자"

"올해 벤처경기가 어떨 것 같아요. 회복되고 있는 것 맞죠"요즘 벤처캐피털 심사역을 만나면 심심찮게 받는 질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문 형에 불과했던 이같은 질문이 올해 들어 점차 확인용 또는 확신용 의문문으로 바뀌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벤처경기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벤처 경기를 짐작케 해주는 각종 지표들이 곳곳에서 청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수출실적만 봐도 대기업(-10.6%), 중소기업(-8.6%)이 모두 지난해 보다 감소했는데 유독 벤처부문만 36.8%나 증가했다. 아직 세계경제가 본격 회복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달리 벤처부문 수출만 지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것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호전되는 벤처경기 여기에다 우리나라 '벤처 1번지'인 서울 강남지역 벤처기업이 다시 증가하고 벤처빌딩의 공실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업계에선 좋은 신호로 보고 있다. 실제로 2월말 기준으로 강남지역 벤처기업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0개 업체가 늘어났고 지난 1월 강남지역 벤처빌딩 공실률은 10.1%로 지난해 1월보다 9.5%포인트나 낮아졌다.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끝난 세계최대 정보통신 '세빗 2002'에 국내 참여업체수가 지난해 보다 30%나 많은 130개사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도 벤처캐피털들은 벤처업계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벤처 스스로 체력이 좋아진 것에 대해서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대단히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3월 들어 피투자회사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부분 창투사들의 심사역들이 올초부터 피투자회사의 경영실적과 올해 계획을 챙기느라 바빴지만 결과가 생각보다 좋더라는 심사역들이 많다. 한 심사역은 "경영실적이 양극화되면서 실적이 좋은 회사는 기대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나타낸 업체가 많아 보람이 있더라"고 말했다. 1년반이상을 끌어온 벤처 혹한기가 오히려 약(?)이 됐다는 평가다. 비즈니스ㆍ수익 모델이 탄탄한 벤처의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불투명했던 비즈니스ㆍ수익 모델을 가진 벤처들이 도태됨으로써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분주해지는 벤처캐피털의 발걸음 이렇게 벤처캐피털들의 벤처경기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벤처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최근 중기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모두 1조6,742억원이 벤처에 투자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 실적의 2배가 넘는 것이다. 실제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벤처분야에 937억원, 구조조정분야에 957억원 등 총 1,894억원을 투자했는데 올해는 각각 사업분야에 1,071억원과 1,750억원 등 총 2,82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기술투자는 IT와 바이오, 문화컨텐츠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590억의 투자를 전개할 방침이다.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1,200억원보다 25% 늘어난 1,500억원의 투자계획을 잡고 있는데 이와 관련 1,500억원이상의 투자조합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0여개 업체에 400여억원을 투자한 LG벤처투자는 55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쪽과 1,000만달러규모의 투자조합 결성도 모색중이다. 우리기술투자는 투자액은 410억원으로 IT와 바이오를 중심으로 하면서 광통신부품과 소재쪽에도 비중을 두는 등 초기 기술벤처에 투자를 늘려가고 430억원규모의 조합도 결성키로 했다. 일신창투는 총 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AMP펀드'를 통해서만 중견기업과 큰 벤처기업 중심으로 1,500만~2,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무한투자는 지난해 530억원보다 크게 증가한 770억원을 투자키로 했으며 보광창투는 올 100억원정도를 투자하는데 150억원규모의 조합결성을 추진중이다. 현대기술투자는 285억원을 바이오와 IT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할 예정이고 동원창투는 지난해보다 배정도 늘어난 25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벌써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증권시장은 연일 벤처캐피털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3월들어서만 상장ㆍ등록된 벤처캐피털사의 주가가 최소 20%이상 올라갔다. 올들어 KTB네트워크, 우리기술투자의 신규등록종목 평가이익이 벌써 45억원을 넘어섰으며 주식처분을 통한 실현이익도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불거진 옵셔널벤처스코리아 파문으로 중기청 등 관련기관의 창투사 관리가 강화되고 있지만 불어오는 봄바람(?)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창투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질적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벤처캐피털 그러면 봄바람(?)과 함께 또다시 '묻지마식 투자'가 또 기성을 부릴 것인가. 이번에는 단연코 '노(NO)'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투자나 회수 모두 양 보다는 질에 치중한다는 전략이다. 먼저 코스닥 등록심사 자체가 까다로워지면서 각 창투사들은 '덜성싶은 벤처'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창투사들은 올해 벤처투자 목표액을 지난해 보다 늘리면서 신규 보다는 기존 피투자기업의 재투자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스타벤처 만들기''IPO(기업공개) 전담팀' 등을 통해 우량 벤처를 발굴, 집중 투자해 높아진 코스닥 등록 문턱을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IPO 문턱을 넘기기 어려운 벤처의 투자회수를 위해선 M&A, 장외매각을, 거래소와 코스닥 퇴출기준이 강화되면서 떨어져 나온 기업들에 대해선 기업구조조정펀드를 적극 활용할 태세다. KTB네트워크와 올들어 이미 인터넷 및 IT분야 5~6개 업체의 M&A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안에 약 1,700억원의 구조조정전문 투자조합을 결성할 계획이다. 산은캐피탈도 5~6개 제조업의 M&A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중 1,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및 M&A전문 펀드를 결성할 방침이다. 한국기술투자는 M&A전담팀을 이미 신설했으며 무한투자는 지난해 성공한 국내 벤처의 미국 아멕스 상장사 역합병 같은 작업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이처럼 회복되고있는 벤처산업 경기에 맞춰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한국경제 성장의 기틀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벤처캐피털이 바로서야 벤처가 산다'는 자세로 업계는 정도경영과 올바른 투자행위로 제2의 벤처붐을 일으켜보겠다는 의지다. /성장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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